'코로나 돌연사' 우려…기저질환 없어도 일주일만에 숨져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0.03.1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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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기저질환이 없거나 고령이 아닌데도 병세가 급격히 악화돼 숨지는 사례가 나타나 '코로나 돌연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음성 판정 이틀만에 사망…기저질환 없었는데?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양금희 여성유권자연맹 회장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자유한국당 영입인재 환영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10.31/뉴스1(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양금희 여성유권자연맹 회장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자유한국당 영입인재 환영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10.31/뉴스1


10일 대구 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대구 북구 산격동의 양금희 북갑 예비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이자 기초의회 전 의장인 이모씨(64)는 전날 오전 돌연 사망했다.



사망한 이씨의 CT촬영 결과 폐 손상이 심각해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고, 10일 오전 사후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이씨는 지난 7일 대구 북구보건소에서 실시한 코로나19 1차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와 외부 활동을 하다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이씨는 기저질환이 없었으나 20년 전 교통사고로 폐손상 전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늘어나는 기저질환 없는 사망자…확진 일주일만에 숨지기도
 10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한 보험사 콜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해 건물 폐쇄 및 선별진료소를 마련, 입주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방역당국과 서울 구로구 등에 따르면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한 보험사에서 일하는 직원과 교육생, 가족 등 최소 3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콜센터에는 직원 148명과 교육생 59명 등 총 207명이 근무했다. 나머지 인원들에 대한 검사도 진행 중이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10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한 보험사 콜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해 건물 폐쇄 및 선별진료소를 마련, 입주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방역당국과 서울 구로구 등에 따르면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한 보험사에서 일하는 직원과 교육생, 가족 등 최소 3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콜센터에는 직원 148명과 교육생 59명 등 총 207명이 근무했다. 나머지 인원들에 대한 검사도 진행 중이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같은 날 오후 9시 35분쯤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사망한 59세 여성 A씨도 기저질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지난달 22일 부산연제구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 후 확진판정을 받았고 4일 뒤 호흡곤란 증상으로 영남대병원으로 옮겨졌다.

대구지역 23번째 사망자인 67세 여성도 기저질환이 없었으나 확진 판정 일주일만에 숨졌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침과 춥고 떨리는 증세로 대구카톨릭대병원을 찾은 그는 다음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29일 호흡 곤란 증세가 심해져 칠곡경북대병원 응급실로 긴급 이송됐고, 인공호흡기 치료 등을 받았으나 지난 4일 새벽 숨졌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직접적인 사인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폐렴으로 판단된다. 김신우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장은 "기저질환이 없었던 60대가 드물게 사망한 사례"라고 말했다.


새벽까지 야근하던 40대 사망…동료들 "기침밖에 안했는데"
'코로나 돌연사' 우려…기저질환 없어도 일주일만에 숨져
비교적 젊은 나이에 코로나19 병세가 악화돼 숨을 거둔 사례도 있다. 지난달 21일 경북 경주시 자택에서 숨진 3번째 코로나19 사망자 B씨의 경우다.

41세 남성인 B씨는 평소 고혈압 등 지병을 앓아왔으나, 숨진 당일 새벽 회사에서 야근을 하는 등 정상적인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2일과 14일 그는 기침 등 감기 증세로 경주시 소재 의원을 찾았으나 병원은 코로나19 의심 증세가 없다고 보고 기침약과 기관지염 약만 처방했다. 직장 동료들 또한 그가 기침만 조금 하는 상태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그는 사후 검사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B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다.

전문가 "바이러스 노출도 유의해야"…남성 사망률 높다는 연구도
보건당국은 기저질환이 있거나 만 65세 이상인 코로나19 환자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을 벗어나는 사망자가 나타나면서 당혹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들 사망자의 병세 악화 속도가 빠른 터라 코로나19로 인한 '돌연사' 아니냐는 우려도 인다.

전문가는 높은 바이러스 노출도를 급작스런 병세 악화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백재중 녹색병원 호흡기내과 과장은 "기저질환이나 면역력을 떠나서 바이러스에 대한 노출도나 감염도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심각성은 다를 수 있다"며 "확진자와 살짝 스쳐 지나가서 양성으로 나온 확진자와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계속 바이러스를 들이마신 확진자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백 과장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폐렴이 정도가 심각하면 비교적 건강하거나 기저질환이 없더라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심장 쪽을 침범해 급격한 심장마비가 사망을 불러온다는 분석도 있으나 이는 아직 확실하지 않은 가설"이라고 덧붙였다.

중증 환자 사이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코로나19 사망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중국 베이징 병원의 징 리 순환기내과 교수 등이 작성한 '코로나19 환자와 중증 환자의 임상 소견에서 성별 차이'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중증 환자 사이에서는 성별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남성이 여성보다 더 복잡한 임상 질환을 겪거나 치료 결과가 악화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분석했다.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10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7513명 가운데 남성은 38%(2852명), 여성은 62%(4661명)으로 여성 비율이 남성보다 높으나, 사망자(54명) 비율은 남성 61.1%(33명), 여성 38.9%(21명)로 뒤집어진 양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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