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쟁' 직전 급제동…"군사력 안 쓰고 싶어"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강민수 기자 2020.01.09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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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트럼프 "이란에 강력한 무기 대신 경제제재"…뉴욕증시 '전쟁 회피' 안도감에 급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과 이란 간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급제동을 걸었다. 이란과의 전면전을 막기 위해 군사력 대신 경제제재를 택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동에서 명분없는 전쟁을 벌일 경우 재선 가도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증시는 전쟁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에 급등했다.



트럼프 "이란에 강력한 무기 대신 경제제재"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현재 미국은 사상 최고의 군사력을 갖고 있다"면서도 "우리가 강력한 무기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군사력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며 "미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이 최고의 억지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위대한 미군은 어떤 일에도 대비하고 있다"며 "미국은 여러 옵션들을 계속 검토하면서 이란의 공격에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추가적인 경제제재를 부과할 것"이라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동맹국들이 이란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이라며 "우리는 중동산 석유가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 등 2곳을 겨냥한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해 "미국인 사상자는 단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이란이 물러서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이란은 미군 주도 연합군이 주둔해 있는 이라크 내 아인 알 아사드 공군기지와 아르빌 군사기지 등 2곳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지난 3일 미국이 드론(무인기) 공습으로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사살한 데 대한 보복 조치였다.

이란은 이번 미사일 공격으로 미국인 8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지만, CNN 등 외신들은 파악된 미국 측 사상자가 없다고 보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이란과 맺은 국제 핵협정(JCPOA)을 대체할 새로운 핵합의를 위해 협상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를 더 안전하고 평화로운 곳으로 만드는 쪽으로 이란과 협상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 이란이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독일 등 6개국과 체결한 핵협정에는 이란 핵프로그램을 동결·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수량 △우라늄 농축량 △농축 우라늄 비축량 △핵 연구개발 활동 등이 제한 대상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5월 이란 핵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최근 미국과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이란 정부는 핵협정에 명시된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수량 등의 제한을 지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핵협정 파기를 선언한 셈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진 AFP=뉴스1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진 AFP=뉴스1
이란 최고지도자 "美 뺨 한대 갈겼다…아직 불충분"
한편 이란은 이날 미국에 대한 추가 공격을 예고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이슬람성지 곰에서 대중연설을 통해 미군 기지 등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언급하며 "우리는 미국의 뺨을 한 대 갈겼다"면서 "그 정도의 군사적 행동으론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하메네이는 "미국인들은 이란의 불량정권이었던 팔라비 왕조나 오늘날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이라크를 좋아한다"며 "그들이 원하는 것은 뭐든 할 수 있는 석유로 가득 찬 곳이기 때문이다. 마치 젖소처럼"이라고 비판했다.

하메네이는 이어 "거짓되고 기만적인 미국인들"이라며 "적들은 위대한 사령관(솔레이마니)을 테러리스트로 묘사하려 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폭동과 파괴를 일으켰다"며 "이 지역에서 부패한 미국인의 존재는 종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메네이의 연설 장면은 이날 이란 현지방송을 통해 중계됐다. 이날 곰에선 지난 3일 미군의 드론 공습으로 숨진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장례식이 함께 열렸다.

하메네이는 연설 내내 솔레이마니를 찬양하며 미국을 비난했다. 그는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에서의 미국의 계획은 이 소중한 순교자(솔레이마니)의 도움과 노력으로 좌절됐다"며 "미국은 레바논으로부터 가장 중요한 독립성과 저항군, 헤즈볼라를 빼앗아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레바논을 무력화시키고 싶어한다"고 주장했다. 헤즈볼라는 레바논의 친이란 시아파 무장단체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솔레이마니 장군은 이슬람국가(IS), 알누스라, 알카에다 등과 맞서 영웅적으로 싸웠다"며 "그의 테러와의 전쟁이 없었다면 유럽의 수도들은 지금 큰 위험에 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어 "그의 암살에 대한 우리의 마지막 대답은 모든 미군을 이 지역에서 쫓아내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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