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브리지 테러 희생자들, 범죄자 재활 도와왔다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12.0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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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가족 "이 사건이 더 엄격한 형벌 도입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라"

영국 런던브리지 흉기테러의 희생자 잭 매릿(25)과 사스키아 존스(23). / 사진=로이터영국 런던브리지 흉기테러의 희생자 잭 매릿(25)과 사스키아 존스(23). / 사진=로이터


영국 런던브리지 인근에서 발생한 테러로 목숨을 잃은 2명의 신원이 공개됐다. 범죄자를 돕는 재활프로그램 관계자였던 이들은 결국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테러범이 휘두른 흉기에 맞아 숨졌다.

1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이번 런던브리지 흉기테러로 희생된 2명은 모두 케임브리지대 출신이다. 사망자 중 한 명은 케임브리지대에서 범죄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잭 매릿(25)이며 이번 재소자 재활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가족은 "잭은 형벌이 아니라 구원과 재활을 믿었다"며 "우리는 이 사건이 죄수들에게 더 엄격한 형벌을 도입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사람들을 감옥에 가두기 위한 구실로 이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또 다른 희생자인 20대 여성 사스키아 존스(23)는 이번 재활프로그램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존스는 경찰지망생으로, 피해자 지원 분야 전문가가 되기를 꿈꿔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가족은 "존스는 늘 지식을 탐구했으며 많은 이들의 삶의 중심에 활발하고 친절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애도했다.

부상자 중 한명도 케임브리지대학의 직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런던 국민보건서비스(NHS) 관계자는 부상자 3명 중 1명은 퇴원했고 나머지 2명 역시 안정된 상태에서 회복 중이라고 밝혔다.



과거 테러 혐의로 16년형을 선고받았다가 형기의 절반을 마치고 가석방된 우스만 칸(28)은 지난달 29일 런던 브리지 북단 피시몽거스 홀에서 케임브리지대학 범죄학과가 주최한 재소자 재활프로그램에 참석했다. 칸은 프로그램을 듣던 도중 건물 안에서 갑자기 흉기를 휘둘렀다. 그는 런던브리지로 빠져나온 뒤 시민들과 몸싸움을 하다가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BBC에 "처음에는 이것이 프로그램의 일종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테러범 칸은 지난해 12월 전자발찌 부착과 보호관찰 등의 조건으로 가석방됐다. 그는 재판장에게 가석방을 요청할 당시 보낸 편지에서 "저는 훨씬 성숙해졌습니다. 좋은 무슬림이자 영국의 좋은 시민으로서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고 쓴 것으로 알려졌다. 칸은 이날 재활프로그램 참석을 위해 경찰과 보호관찰 담당자로부터 런던 시내로의 여행을 허락받았다. 경찰은 그가 머물렀던 잉글랜드 중부 스트래퍼드와 스토크-온-트렌트 지역 주택 등을 조사하며 범행 동기를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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