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靑 "일본 지소미아 견강부회 말라…You try me"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19.11.2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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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경산성 부풀린 발표에 강력항의…일본 측 사과 받아내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2019.11.24.   dahora83@newsis.com[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2019.11.24. [email protected]


청와대 측이 23일 부산 벡스코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갖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종료 유예에 대해 일본이 약속했던 수출규제 철회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23일 강도높게 압박했다.

일본 경산성이 '수출 규제에 변화가 없다'는 취지로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외교채널을 통해 항의를 했고,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아냈다고 언급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이 양보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이라면 실망스럽다. 양심을 갖고 한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익명의 일본 관료의 말을 인용해 '퍼펙트게임'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견강부회'(牽强附會, 가당치도 않은 말을 억지로 끌어다 대어 자기 주장의 조건에 맞도록 함)라고 지적했다.



한일 간 합의 이후 일본이 보이는 태도에 대해 "만일 이런 내용으로 일본 측이 우리와 협의를 했다면 합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외교용어 '트라이 미'(Try me)를 거론하며 "어느 한 쪽이 터무니없이 주장하면서 상대방 계속 자극 할 경우 '계속 그렇게 한다면 내가 어떻게 할지 모른다'는 경고성 발언이다. 일본에 'You try me'라고 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음은 정 실장의 발언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과,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일문일답 전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 일본에서 우리의 지소미아 종료 연장과 관련해 각종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일본 측의 몇 가지 행동에 대해서 깊은 유감을 표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이런 식의 행동이 반복된다면, 한일 간 협상 진전에 큰 어려움이 있게 될 것으로 우려한다. 일본 고위 정부 관계자들의 일련의 발언은 매우 유감스럽다. 전혀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한다. 예를들면 '한국이 미국의 압박에 굴복했다', '일본 외교의 승리다', '퍼펙트게임이었다'는 등의 주장은 사자성어로 '견강부회'(牽强附會, 가당치도 않은 말을 억지로 끌어다 대어 자기 주장의 조건에 맞도록 함)다.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을 자기 식으로 한 것이다.

- 일본 측의 문제가 무엇인가.
▶일본 경산성의 발표를 보면, 한일 간 각각 발표하기로 한 일본 측의 합의 내용은 의도적으로 왜곡 또는 부풀려서 발표했다. 이건 한일 간 양해한 내용과 크게 다르다. 만일 이런 내용으로 일본 측이 우리와 협의를 했다면 합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 같다.

- 그 외에도 유감스러운 게 더 있나
▶일본 언론에서 사전에 보도가 된 점이 있겠다. 한일 간 발표 약속 보다 한 시간정도 앞서서, 일본 정부의 고위 관계자를 익명으로 인용해서 보도가 됐다. "한국 측이 지소미아 연장을 하고, WTO 제소 절차를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알려왔다. 그래서 일본이 협의에 응하게 될 것"이라는 식으로 보도됐다. 매우 유감스럽다. 일본 정부의 의도적 누출이 아닌가 본다. 일본 측은 한일 간 6시 정각에 서로 동시에 발표하기로 양해를 했었는데 그런 약속도 어겼다. 우리보다 약 7-8분 정도 늦게 발표했다. 그 의도가 무엇인지, 매우 이해하기 어렵다.

- 일본 언론에서는 한국이 먼저 WTO 제소 정지 의사를 피력했다고 보도했다.
▶우리 측이 사전에 WTO 제소 중지를 사전에 통보해 협의가 시작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사전에 우리가 협의해서 한 게 절대 아니다. 8월23일 지소미아를 종료하겠다는 것을 통보한 다음, 일본 측이 그제서야 우리와 협의하자고 제의를 해왔다. 그때부터 외교채널 간 협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 일본은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 수출규제와 관련한 방침에 변경이 없다고 한다.
▶사실과 다르다. 수출규제 조치를 해소하는 방안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해서도 일본 경산성이 "개별심사를 통한 허가실시 방침에 변경이 없다"고 발표했는데, 이것도 한일 간 사전에 조율한 내용과는 완전히 다르다. 만일 이런 입장을 가지고 일본이 우리와 협상했다면 애당초 우리와 합의할 수 없었다.

- 일본에 어떤 조치를 해야 하지 않나.
▶일본의 이러한 일련의 행동은 외교 협상을 하는데 있어서 신의성실 원칙 위반이라고 본다. 우리 정부는 11월22일 발표 이후 외교경로를 통해 일본에 이러한 불합리한 행동을 지적하고 강력히 항의했다. 어제 한일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똑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우리측 항의에 대해 일본 측은 "한국이 지적한 입장을 이해한다. 특히 경산성에서 부풀린 내용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한다. 한일 간 합의한 내용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것을 재확인했다.정부는 앞으로도 한일 간 어렵게 합의한 원칙에 따라 조기에 합의 할 수 있도록 일본과 계속 노력하겠다.일본 정부 지도자들에 대해서도 각별한 협조를 해줄 것을 덧붙인다.

- 일본이 수출규제를 계속 해결하지 않는다면.
▶지소미아 종료 유예가 최종합의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 지소미아 종료 유예 통보와 WTO 제소 정지는 모두 조건부였다. 잠정적이다. 앞으로 협상의 모든 것은 일본의 태도에 달려있다. 영어로 '트라이 미'(Try me)라고 한다. 어느 한 쪽이 터무니없이 주장하면서 상대방 계속 자극 할 경우 "그래? 계속 그렇게 한다면 내가 어떻게 할지 모른다"는 경고성 발언이다. 일본에 "You try me"라고 하고 싶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

-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 압박해서 우리가 이번에 양보를 한 것이라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히 말을 하는데 일체 거론이 안 됐다. 한미 간 공식적으로 거론된 바가 없다. 한미동맹이 그렇게 만만한 동맹이 아니다. 지난 70년 간 우리가 어마어마하게 투자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한미동맹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노력한 것을 잘 알 것이다. 지소미아가 그러한 굳건한 한미동맹의 근간을 훼손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미국도 그렇게 봤을 것이다.

- 아베 신조 총리가 "일본은 하나도 양보하지 않았다"고 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아베 총리의 발언은 언론 보도만 봤다. 정확한 내용은 우리가…(알기 어렵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아주 지극히 실망스럽다. 그게 일본 정부의 지도자로 과연 양심을 갖고 한 말인지 되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 일본의 사과는 외무성 라인을 통해 이뤄진 것인가.
▶그렇다. 외교채널을 통해서 경산성의 부풀린 발표 내용에 대해서는 분명한 사과를 받았다.

- 강제징용 문제는 어떻게 해결의 가닥을 잡을 것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들의 수용성이다. 피해자들이 동의해줘야 방안이 나올 수 있다. 끝까지 피해자들과 협의하면서 대안을 마련해 나가겠다. 한일관계는 미래지향적으로 해야 한다. 현실적인 대안을 일본 측에 제시했다. 우리 안만 고집하지 않겠다. 일본이 제의한 현실적인 원칙도 열린 마음으로 경청할 준비가 돼 있다. 이렇게 계속 일본 측을 설득하고 있다. 아직 진전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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