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크에 물린 소프트뱅크, 오늘 실적 발표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19.11.06 09:25
글자크기

투자 주식 손실 평가액 50억달러…스타트업 창업자 관리 정책 나올지 주목

손정의 / 사진제공=신화손정의 / 사진제공=신화


소프트뱅크그룹(SBG)이 6일 오후 3시(일본 현지시간) 4~9월 연결실적을 발표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오후 4시부터는 손정의(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이 기자회견에 나선다. 이번 실적에는 위워크의 기업 가치 급락으로 거액의 평가손실이 발생할 전망이다. 투자하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들에 대한 관리 정책에 어떤 변화가 나올 지도 주목된다.

소프트뱅크그룹은 '비전펀드'와 함께 미국 사무실 공유 기업 위워크에 약 91억5000만달러를 투자해왔다. 위워크의 미래 기업가치는 한때 470억달러로 예상됐으나 9월말에는 80억달러로 6분의1 가까이 떨어졌다. 기업가치 저하로 기존의 투자분에 대해 수천억엔 규모의 평가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7~9월에는 위워크 뿐만 아니라 소프트뱅크그룹이 출자한 상장 기업들의 주가도 하락했다. 미국 슬랙 테크놀로지가 같은 기간 40%가 떨어졌고, 우버도 30%가 하락했다. 퀵·팩트셋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그룹이 보유 중인 상장 기업들 5곳의 주식 가치는 50억달러 가까이 감소했다.

국제회계기준(IFRS)를 채택하고 있는 소프트뱅크그룹는 본업이 투자기 때문에 투자기업의 가치에 따라 이익이 결정된다. 지금까지는 투자 기업들의 가치가 대체로 상승해왔기 때문에 이익이 증가했지만, 기업 가치가 하락한 7~9월에는 이익이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그나마 4~6월에 차익실현에 나서 7~9월의 충격이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4~6월에는 중국 알리바바 그룹 주식 일부를 매각해 영업외 이익이 1조엔을 넘었다. 인도 호텔 운영 회사인 OYO(오요)나 미국 음식배달업체인 도어대시 등 비상장 투자처의 가치도 증가해 6000억엔이 넘는 평가이익을 계상했다. 이에 상장 후에는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우버 등의 투자에서 발생한 2000억엔 가까운 평가손실을 흡수했다.

손 회장은 "전진할 뿐"이라며 투자를 지속할 의사를 나타냈다. 손 회장은 '유니콘'으로 불리는 비상장사에 대한 대규모 투자붐을 일으켰다. 그러나 손 회장의 기업 가치 판별 능력에 의구심이 제기되면, 자금 모집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손 회장은 지난 9월 중순 '비전펀드'가 출자한 기업의 리더들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모아 '최고경영자(CEO) 서밋'을 처음 열었다. 펀드가 투자하고 있는 기업은 80여개사다. 세계 각지에서 인공지능(AI) 관련 유력 스타트업의 창업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손 사장은 "흑자는 내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그동안 "먼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사업을 키운다"는 철학을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회장이 '수익'을 요구한 것이다.

손 회장은 투자 기업을 선택할 때 "무엇보다도 창업자로 판단한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주식을 몰래 매각하는 등 위워크 창업자 아담 뉴이어의 여러 문제가 불거지면서 창업자 리스크가 증가했다. 손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스타트업 기업의 가버넌스를 어떻게 관리할 지 태도 변화에도 주목이 된다.

비전펀드 2호의 투자 개시 시기와 전략 변화도 시장의 관심사다. 위워크 관련 일련의 혼란으로 투자 시작 시기가 미뤄질 수 있다.

한편 소프트뱅크그룹 주가는 지난달 말 4000엔을 밑돌기도 했다. 현재는 4300엔선이다. 지난 4월에 기록한 연중 최고치에 비하면 약 30%가 하락한 것이다. 지난 2월에 손 회장이 "주가가 너무 싸다"며 6000억엔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시기와 거의 같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08배로 이론적으로는 해산가치를 나타내는 1배에 근접하고 있다.

다만 6월 말까지는 미국 IT기업 엔비디아 주식을 매각하는 등 누계 2조엔이 넘는 투자 이익을 올려왔다. 이 때문에 가령 위워크 관련 상장주식 하락으로 수천억엔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수익이 마이너스로 떨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가치는 '비전 펀드'를 포함해 약 27조엔이다. 반면 소프트뱅크그룹의 시가총액은 9조엔에 못 미친다. 자사의 시가총액이 투자처의 가치합산을 밑도는 '디스카운트'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의 재무 여력을 고려하면서 추가적인 자사주매입 등 주가의 보완책을 제시할 지 주목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