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동부 외곽 에식스주의 한 산업단지에서 39구의 시신이 발견된 대형 냉동 컨테이너가 옮겨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번 사건의 사망자 중 베트남 여성으로 추정되는 팜 티 트라 마이(26)는 지난 23일 오전 4시28분쯤 어머니에게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문자메시지에는 "엄마, 미안해요. 저의 여행은 성공하지 못했어요. 저는 죽어가고 있어요. 숨을 쉴 수 없어요"라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여성의 가족은 밀입국 알선 조직에 3만파운드(약 4500만원)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하띤성의 한 남성이 39명의 희생자 중 자신의 가족이 포함돼 있을 것을 걱정하며 마음을 졸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베트남이지만 여전히 불법 이민자가 많은 것은 지역별 빈부격차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BBC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베트남은 고도 경제성장을 누리고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은 노동 잉여가 엄청나다"고 전했다.
유럽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베트남 젊은이들은 연간 1만8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대부분 유럽으로 들어와 베트남 식당이나 네일샵, 불법 대마산업 등 저숙련 노동에 종사한다. 특히 영국에는 이미 베트남인들의 광범위한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어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잘 곳과 일자리 구하기가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한달에 3800달러(약 44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밀입국 알선조직의 말을 믿고 거액의 빚을 지면서까지 베트남을 떠나고 있다.
이들이 영국으로 들어오는 경로는 다양하다. 경로는 이들이 밀입국 알선조직에 지불하는 비용에 따라 '프리미엄 루트'와 '이코노미 루트'로 나뉜다. 이코노미 루트는 1만~1만5000달러(약 1200만~1800만원)로 한밤 중 산을 넘는 등 오랜 시간이 걸리는 코스다. 이 코스는 대개 중국,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를 거친다. 프리미엄 루트는 이보다 비싼 4만~5만달러(약 4600만~5800만원)로 베트남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비행기로 이동해 영국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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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루트이든 영국으로 들어가려면 마지막엔 컨테이너나 배 화물칸 등에 숨어야 한다. 비싼 비용을 이미 지불한 이들은 중간에 돌아갈 수도 없다. 호치민시에서 활동하는 인신매매 근절 운동가 미미 부는 "3만 달러면 베트남 농촌지역에 사는 사람의 30년 연봉과 맞먹는 액수지만, 이들은 불법이민이 그들의 아이가 더 나은 미래를 가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런던 내 베트남인 사회에서 이번 사건을 추모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사진=로이터
영국 국가범죄수사국(NCA)은 "매년 영국으로 들어오는 승객과 화물의 엄청난 양 때문에 인력과 자원이 부족한 상태"라며 "불법 이민자를 포함한 선적물을 식별하는 것이 어려워 계속해서 이들이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초장거리 불법 이주와 인신매매 범죄조직들이 다시 이슈로 부상했다. 가디언은 "영국은 난민신청자의 무기한 구금이 허용되는 세계에서 몇 안되는 나라"라며 "이 때문에 이들은 합법적인 망명 신청은 전혀 생각하지 않게 됐다"고 전했다. 영국의 망명 신청자는 2016년 1만9480명에서 2017년 3700명으로 크게 줄었고 지난해엔 2536명을 기록했다. 이렇게 감소한 것처럼 보이는 이민자들은 목숨을 걸고 불법 경로를 통해 영국으로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