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서 일하려다…"냉동시신 일부 베트남인 추정"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10.2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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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찰, 가짜 중국 여권 소지했을 가능성 염두에 두고 신원 파악 중

2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동부 외곽 에식스주의 한 산업단지에서 39구의 시신이 발견된 대형 냉동 컨테이너가 옮겨지고 있다. /사진=로이터2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동부 외곽 에식스주의 한 산업단지에서 39구의 시신이 발견된 대형 냉동 컨테이너가 옮겨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영국에서 발생한 '냉동 컨테이너 집단 사망사건'의 피해자 일부는 베트남인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영국 경찰의 최초 보고서에선 사망자를 전원 중국인으로 추정했다. 이 같은 추정이 바뀐 건 한 피해자가 사망 직전 어머니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공개되면서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 CNBC 등은 사망자 중 베트남인으로 추정되는 20대 여성의 문자메시지가 공개됐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 여성 팜 티 트라 마이(26)는 지난 23일 오전 4시28분쯤 어머니에게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문자메시지에는 "엄마, 미안해요. 저의 여행은 성공하지 못했어요. 저는 죽어가고 있어요. 숨을 쉴 수 없어요"라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여성의 가족은 밀입국 알선 조직에 3만파운드(약 4500만원)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베트남 남성이 자신의 딸이 '냉동 컨테이너 집단 사망사건'의 피해자일 것을 걱정하며 마음을 끓이고 있다. /사진=AFP한 베트남 남성이 자신의 딸이 '냉동 컨테이너 집단 사망사건'의 피해자일 것을 걱정하며 마음을 끓이고 있다. /사진=AFP
냉동 컨테이너에 갇혀 사망한 것으로 의심되는 베트남인들은 더 있다. 영국에서 네일 아티스트로 일하려고 밀입국 알선조직에 1만달러(약 1200만원)를 지불한 부이 티 느헝(19)의 가족들도 느헝이 이번 사건의 희생자 가운데 한 명이라고 믿고 있다. 베트남 민간인권단체의 호아 응히엠 변호사는 "자신의 가족이 냉동 컨테이너 사망자에 포함됐을까 걱정하는 6식구 이상을 알고 있다"며 이번 사건의 희생자 가운데 7명은 베트남 출신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영국 BBC는 이번 사건 이후 영국 내 베트남 커뮤니티인 '비엣홈'에 20명 가까운 베트남인의 실종신고가 접수됐다고 전했다.

현재 영국 경찰은 '냉동 컨테이너 집단 사망사건' 피해자들의 부검을 통해 신원을 파악 중이다. 지난 23일 영국 런던 동부 외곽 에식스주의 한 산업단지에 세워져 있던 대형 냉동 컨테이너 트럭 뒷칸에서는 39명이 주검으로 발견돼 큰 충격을 줬다. 당초 영국 경찰은 이들 전원이 모두 중국인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들이 가짜 중국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피해자들의 국적을 확인하고 있다.



냉동 컨테이너는 지난 15일 아일랜드 국경을 출발해 프랑스, 벨기에 등을 거쳐 23일 영국으로 들어왔다. 이들이 거친 프랑스 칼레항 인근은 영국으로 밀입국하려는 난민을 상대로 한 불법 알선업자들이 판치는 곳으로 악명이 높다. AP통신은 "이는 수만명의 사람들이 경제적 기회를 찾아 유럽을 횡단하는 중에 벌어진 비극"이라고 전했다.

한편 영국 경찰은 컨테이너 트럭을 몬 모리스 로빈슨(25)을 살인, 인신매매, 돈 세탁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영국 국립범죄청(NCA)은 에식스 주 경찰과 함께 트럭의 마지막 소유주인 토마스(38)ㆍ조안나 마허(38) 부부를 체포해 조사 중이다. 이들은 1년 전 트럭을 불가리아에 팔았으며 이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또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북아일랜드 출신의 48세 남성을 런던 스텐스테드 공항에서 체포해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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