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때문에 투잡, 쓰리잡 하는 예술인들 없도록"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9.10.2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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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인 플랫폼 '마당' 김규완 씨큐브플래닛 대표…공연예술 정산구조·관행 등 개선 위해 창업 결심

공연예술인 플랫폼 ‘마당’을 운영하는 씨큐브플래닛 김규완 대표의 이력은 파란만장하다. 사회 초년생이던 2001년엔 서울 모 백화점 판매기획을 담당한 주임, 2003년엔 육아맘을 위한 정보공유 사이트 ‘베이비다이어리’의 운영총괄을 맡았다. 2004년부턴 17·18·19대 국회를 거치며 기획·정책비서관으로 일했다. 한때 정치 신예로 여의도 입성을 꿈꾼 그의 느닷없는 창업 선언에 집과 주변에선 여러 차례 뜯어말렸지만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김규완 씨큐브플래닛 대표/사진=씨큐브플래닛김규완 씨큐브플래닛 대표/사진=씨큐브플래닛


“19대 국회 문방위(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시절 비서관으로 일할 때였어요. 극심한 생활고로 32세 나이에 영양실조로 죽은 영화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의 안타까운 사연은 제게 충격이었죠. 그때 자기가 원하는 창작활동을 위해 투잡에 스리잡 심지어 포잡까지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예술인들을 위해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진로가 완전히 방향을 튼 계기는 이랬다. 김 대표는 2016년 씨큐브플래닛을 창업했다. 전국 공연 기획자와 예술인을 연결하는 온라인 플랫폼 ‘마당’이 주사업이다. 공연문화계에서 마당은 실험적 시도란평가를 받는다. 마당은 예술인과 공연을 준비하는 기획자를 이어주는 인터넷 매칭서비스다. 이를테면 공연기획자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공연 콘셉트와 행사 성격, 장소, 장르, 지급 가능한 출연료 구간 등의 정보를 마당에 올린다. 그러면 공연예술인들이 이를 보고 연락한다. 반대로 예술인들은 음반 발매 및 행사경력, 희망보수, 활동지역 등을 등록할 수 있다. 이를 본 공연기획자들이 행사 성격에 맞는 예술인들에게 직접 연락하기도 한다.

“예술인은 마당을 통해 원하는 무대와 보수를 예측할 수 있고 공연기획자들은 기획단계부터 예술인의 평판과 능력을 검증할 수 있어 양질의 무대를 꾸밀 수 있습니다.”



매년 전국에서 6000개 넘는 축제와 문화행사가 열린다. 김 대표에 따르면 많은 공연자가 행사 주최 측이 주는 대로 받는 데 이마저도 입금될 때까지 얼마인지 모를 때가 더 많고 흘린 땀만큼의 대가를 제대로 못 받는 경우가 숱하다고 한다. 이같은 불투명한 정산구조와 관행을 마당을 통해 개선해나간다는 얘기다.

올해로 4년차,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기간에 김 대표는 산전수전 공중전을 치렀다. “스타트업 대표들이 꼭 일이 많아 집에 늦게 들어가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죠. 집에 가져가는 게 없으니 마누라와 아이 볼 명목도 없고, 그저 미안해서….” 표정이 어둡던 김 대표는 “그래도 지금까지 문 닫지 않고 버텼으니 연착륙한 셈 아니냐”며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현재 마당엔 재즈, 포크 기반 버스킹이나 댄스, 퓨전창작물 등 장르가 다양한 예술인 600여명이 등록돼 있다. 소속사 없이 데뷔한 4인조 걸그룹 ‘허니츄’도 마당에 등록된 대표적 아티스트다. 최근 이들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지방팬층도 생겨났다고 한다. 씨큐브플래닛 매출은 올해 제이커브(급성장)를 그렸다. 그는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기 어렵다”면서 “지난해보다 2~3배 이상 달성했다”고 말했다.


김규완 씨큐브플래닛 대표/사진=씨큐브플래닛김규완 씨큐브플래닛 대표/사진=씨큐브플래닛
김 대표의 사업 수완은 차츰 원숙미를 더한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땐 가용화력을 총동원해 경기장 주변, 강릉지역 무대를 마당 소속 예술인으로 가득 채우는가 하면 이달 10일에는 기타리스트 ‘상흠’의 첫 국악기타 디지털싱글 ‘연장선’을 발매하며 새로운 확장을 도모한다. 연장선은 ‘기타를 활용한 국악주법’을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 앨범이다. 어쿠스틱기타, 클래식기타, 일렉트릭기타 등 다양한 기타를 활용해 가야금, 거문고, 아쟁과 같은 우리 전통 현악기의 소리를 독창적으로 묘사했다. 우리 전통악기 특유의 뜯는 주법과 드럼, 콘트라베이스를 더해 자유로운 국악리듬을 표현했다.

“지금의 K팝은 대형기획사에 소속돼 도제시스템으로 훈련받은 아이돌들이 이끌지만 이 K팝 붐이 꺼지지 않고 유지되려면 무엇보다 숨어있는 보석 같은 예술인들이 무대에 마음껏 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연장선을 시작으로 우리 인디밴드 문화가 세계인과의 접점을 더 넓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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