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 공부하다 공룡게임, 이게 미래교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9.10.10 04:19
글자크기

로버트 섬너 스위스취리히연방공과대 게임테크놀로지센터(GTC) 설립자(컴퓨터공학과 교수)겸 디즈니 리서치 스튜디오 부책임자

로버트 섬너 스위스취리히연방공과대 게임테크놀로지센터(GTC) 설립자(컴퓨터공학과 교수)겸 디즈니 리서치 스튜디오 부책임자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스퀘어드림홀에서 각종 증강현실(AR) 앱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사진=GTC, BCW로버트 섬너 스위스취리히연방공과대 게임테크놀로지센터(GTC) 설립자(컴퓨터공학과 교수)겸 디즈니 리서치 스튜디오 부책임자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스퀘어드림홀에서 각종 증강현실(AR) 앱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사진=GTC, BCW


“지금부터 새로운 AR(증강현실) 게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스퀘어드림홀, 로버트 섬너 스위스취리히연방공과대 게임테크놀로지센터(GTC) 설립자(컴퓨터공학과 교수)겸 디즈니 리서치 스튜디오 부책임자가 무대에 올라 이렇게 말하며 좌중의 시선을 모았다. 섬너 교수는 먼저 공룡 모양이 새겨진 스탬프(도장)를 8절 도화지에 찍었다. 그런 후 태블릿에 특정 앱(애플리케이션)을 클릭한 후 도화지를 카메라로 찍었다. 그러자 3차원(D) 입체영상에 초록색 초식 공룡과 밝은 갈색의 육식 공룡이 화면에 나타났다. 섬너 교수는 “이제 두 공룡으로 2인용 대전격투게임을 해보겠다”며 게임 모드로 전환하는 버튼을 눌렀다. 태블릿 화면 하단에 칼과 방패 아이콘이 나타나고, 두 공룡이 콧바람을 씩씩 내뿜으며 싸울 준비를 했다. 그는 “스탬프를 몇 개 더 찍으면 다른 종류의 공룡들도 나온다”며 “단체 게임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섬너 교수가 AR와 게임에 자연사 학습을 접목한 교육 소프트웨어를 시연한 모습이다.



로버트 섬너 스위스취리히연방공과대 게임테크놀로지센터(GTC) 설립자(컴퓨터공학과 교수)겸 디즈니 리서치 스튜디오 부책임자/사진=GTC, BCW로버트 섬너 스위스취리히연방공과대 게임테크놀로지센터(GTC) 설립자(컴퓨터공학과 교수)겸 디즈니 리서치 스튜디오 부책임자/사진=GTC, BCW
섬너 교수는 머니투데이와 한 단독 인터뷰에서 “즐거움은 교육을 강화하고 과학을 발전시키며 문화적 연결을 강화하는 핵심 요소”라며 “특히 AR 기반의 게임 및 관련 컴퓨터 알고리즘은 교육과 연구 활동을 보다 향상시킬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섬너 교수는 미국 조지아공과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최근 ‘테드엑스취리히(TEDxZurich)’, ‘취리히 게임쇼’, ‘월드VR포럼’ 등에서 기조강연자로 초청받는 등 세계적 AR 전문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영국 BBC에서 신기술을 소개하는 뉴스쇼 ‘BBC클릭’과 글로벌IT매체인 ’아스테크니카‘는 그의 AR 게임 및 응용소프트웨어 연구 성과들을 특집으로 다루기도 했다.



섬너 교수는 2015년 자신이 설립한 GTC에서 AR 게임 기술을 학습과 문화 등의 분야에 응용·확대하는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또 그가 현재 속한 디즈니 연구실에선 애니메이션과 게임에 AR를 접목하는 연구가 한창이다. “디즈니의 디자이너들이 가상의 입체 캐릭터에 움직임과 변형 등을 줄 때 보다 간편하고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새로운 컴퓨터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섬너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 AR가 그 어느 때 보다 우수한 기술 수준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5G(5세대 이동통신), 머신러닝(기계학습), 인공지능(AI), 자연어 인터페이스 등 AR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첨단 기술들이 성숙 단계에 이르면서 영화 속에서 볼 법한 실감 넘치는 AR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섬너 교수는 AR는 게임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의료 등 다른 분야와 결합했을 때 더 큰 시너지 효과와 혁신을 이뤄낸다고 강조했다. “치매 등 정신질환 치료를 위해 최근 뇌 연구 분야에선 증강현실을 적극 활용하고 있어요. 뇌파로 컴퓨터를 조종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반의 장애인 재활로봇 국제경진대회 ‘사이배슬론’에선 AR 아바타를 만들어 이를 조정하는 형태로 로봇을 움직이죠. 이처럼 AR는 재활 등의 의료분야에서 이미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로버트 섬너 스위스취리히연방공과대 게임테크놀로지센터(GTC) 설립자(컴퓨터공학과 교수)겸 디즈니 리서치 스튜디오 부책임자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스퀘어드림홀에서 각종 증강현실(AR) 앱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사진=GTC, BCW로버트 섬너 스위스취리히연방공과대 게임테크놀로지센터(GTC) 설립자(컴퓨터공학과 교수)겸 디즈니 리서치 스튜디오 부책임자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스퀘어드림홀에서 각종 증강현실(AR) 앱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사진=GTC, BCW
특히 교육 분야에서 AR의 시장 가능성이 매우 밝을 것으로 내다봤다. “어린 아이들과 함께 박물관을 갔을 때 흥미를 갖던가요? 아이들이 이 태블릿으로 실제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을 촬영한 후 AR로 형상화한 뒤, 그림 속 인물의 헤어 스타일 등을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바꾸고 색을 덧입히는 게임을 하면 더욱 몰입하게 되고, 작품에 더 자연스럽게 다가가게 되죠. AR를 통해 작품의 뒷이야기와 작가의 역대 작품 등을 설명할 수도 있어 심도 깊은 학습 경험을 제공합니다.”

한편, 섬너 교수는 최근 WHO(세계보건기구)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 움직임에 대해선 “중독은 연구할 가치가 있는 심각한 사회적 관심사”라며 “우리는 게임의 역기능 해소를 위해 학습과 창의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게이밍 기술에 초점을 맞춰 계속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