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류허 '특사' 직함 안 달았다"…미중 합의 난망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10.09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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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美, 연기금 대중국 투자 차단 여전히 검토"…美 "中 위구르 탄압 책임자 비자 제한" vs 中 "내정간섭 중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오는 1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재개될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중국측 대표단을 이끌 류허 부총리가 '특사'(special envoy) 직함없이 협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권한을 위임받지 않았다는 뜻으로, 이번 회담에선 합의가 쉽지 않은 셈이다.

또 중국 신장 위구르 문제를 놓고도 미국이 중국 관리와 기업들에 새로운 제재를 가하고 중국이 강력 반발하는 등 양국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은 류 부총리를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 대표로 워싱턴에 파견하면서 특사 직함을 부여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는 류 부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어떤 특별한 지시도 받지 않았다는 의미다.

또 신문은 중국측 대표단이 당초 10∼11일로 예정됐던 협상 일정을 단축해 11일 조기 귀국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최근 중국은 미국과의 협상 범위를 축소하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이번 협상에서 자국의 산업정책 개혁과 보조금 지급 문제 등에 대한 논의를 거부키로 했다. 미국의 핵심 요구 사안을 회담 의제에서 제외한 셈이다.

또 미국 경제방송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는 중국 상무부가 무역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법규를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지식재산권 탈취 중단을 위한 법·제도 개선이란 미국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중국이 자국에게 불리한 의제들을 협상 대상에서 제외하려 하는 것은 탄핵 조사 등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는 상황을 이용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한편 미국은 무역협상을 앞두고 장외에서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미 행정부가 연기금의 대중국 투자를 차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백악관은 중국 기업의 뉴욕증시 상장폐지, 연기금의 대중국 투자 제한 등 중국에 대한 금융투자를 막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통신의 보도를 부인한 바 있다.

또 미 국무부는 이날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이슬람 소수민족을 구금하거나 학대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중국 정부와 공산당 관계자들에게 비자 제한을 가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날엔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이슬람 소수민족 탄압에 관여한 중국 공공기관과 기업 등 총 28곳을 '거래제한기업 명단'(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명단에 포함된 곳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민정부 공안국 등 20개 기관과 하이크비전과 다화 테크놀로지, 매그비 테크놀로지, 센스타임, 아이플라이테크, 이투 테크놀로지 등 8개 기업이다.

하이크비전과 다화 테크놀로지는 중국 1~2위 CCTV(감시카메라) 제조업체, 매그비 테크놀로지는 중국 3대 안면인식 기술업체다. 센스타임은 AI(인공지능) 스타트업 가운데 하나다.

미 상무부는 이들이 중국 정부의 이슬람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과 임의 구금, 첨단 기술을 활용한 감시 활동 등에 관여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이에 반발하며 미국에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은 신장 위구르 문제와 관련한 제재를 철회하고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미 행정부가 자국 기업과 기관들에 대한 제재를 풀지 않을 경우 주권과 안전,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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