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트럼프, 버티는 중국…멀어진 '빅딜'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10.08 07:31
글자크기

[월가시각] 미중, 10일 고위급 협상 앞두고 실무협상 돌입…"中, 지적재산권 법규 개정 거부·산업정책 등 협상 대상서 제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오는 10∼11일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실무협상이 시작됐지만 '빅딜(전면합의)'의 희망은 더욱 멀어졌다. 미국의 핵심 요구인 지적재산권 보호 법규의 개정을 중국이 거부하면서다. 중국은 산업정책과 보조금 문제 등도 협상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그러나 '스몰딜'(부분합의)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미중, 10일 고위급 협상 앞두고 실무협상 돌입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양국 차관급 대표단은 이날 미국 워싱턴D.C. 소재 USTR(미 무역대표부) 청사에서 실무 무역협상을 벌였다. 미국측은 제프리 게리시 USTR 부대표, 중국측은 랴오민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 부주임 겸 재정부 부부장이 각각 실무협상을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백악관은 오는 10일 중국과의 고위급 무역협상을 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스테퍼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양국은 지난 몇 주간 진행된 차관급 협상을 토대로 협상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강제적인 기술이전, 지식재산권, 서비스, 비관세 장벽, 농업 등의 의제들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미국 경제방송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는 중국 상무부가 무역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법규를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지식재산권 탈취 중단을 위한 법·제도 개선이란 미국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또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이번 협상에서 자국의 산업정책 개혁과 보조금 지급 문제 등에 대한 논의를 거부키로 했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의 산업 보조금과 규제 장벽 등 불공정한 무역관행 철폐와 기술이전 강요 금지 등을 핵심 요구로 내걸어왔다.

중국이 자국에게 불리한 의제들을 협상 대상에서 제외하려 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는 상황을 이용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25일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자신의 유력 대선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조사를 요구한 것으로 통화 녹취록을 통해 확인됐다.

이에 미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에 착수했다. 탄핵의 칼자루를 쥔 상원에서도 심지어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 가운데 일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두번째 내부고발자가 나타났다는 소식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잖은 정치적 부담이다. 런던캐피탈그룹의 재스퍼 로울러 리서치본부장은 "두번째 내부고발자의 출현은 무역협상에서 중국을 더욱 대담하게 만들 것"이라며 "시장에서 이번 무역협상에 대한 낙관론은 이미 사그라들었다"고 했다.

◇농산물 구매 확대-대중국 과세 일부 철회 '스몰딜' 기대

이에 따라 앞으로 미중 무역협상에서 진전이 이뤄지더라도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해온 '빅딜'이 아닌 '스몰딜'에 머물 공산이 커졌다.

만약 미중 양국이 스몰딜에 도달한다면 사실상 농산물 수입과 관세 유예를 주고받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구매를 늘리는 대신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일부 철회하는 방식이다.

최근 백악관은 최근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낙관론을 펴며 시장의 기대감을 부추겼다.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뭔가 하고 싶어 한다"며 "중국과 무역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참모인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같은 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다음주 미중 무역협상에서 깜짝 놀랄 좋은 소식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미국산 일부 상품을 추가로 구매했다"며 "적은 양이지만 좋은 징조"라고 했다.

파이퍼 재프레이의 기술적 분석가인 크레이그 존슨은 "최근의 부진한 경기지표가 미중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며 협상 타결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무역협상의 범위를 좁혔다는 소식에 이날 뉴욕증시는 약세로 보였다.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95.70포인트(0.36%) 내린 2만6478.02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13.22포인트(0.45%) 하락한 2938.79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26.18포인트(0.33%) 빠진 7956.29에 마감했다.

랜덴버그탈만자산운용의 필 블랑카토 CEO(최고경영자)는 "이번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어떤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나거나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긍정적인 대화가 오가는 것 자체가 증시 상승의 촉매는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