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일자리 둔화가 주식시장엔 호재인 이유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09.08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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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의 뉴욕브리핑] "고용부진이 금리인하 가능성 높여…무역전쟁 격화도 막아줄 것"

美 일자리 둔화가 주식시장엔 호재인 이유



"미국의 일자리 증가세 둔화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이달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엔 호재다. 또 고용 부진은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전쟁을 격화시키는 것도 막아줄 것이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자문 소속 마이클 애런 수석전략가)


11년간 이어온 미국의 경기호황이 서서히 막을 내리려 한다. 제조업 경기가 꺾인 데 이어 고용까지 주춤하다. 구직자들에겐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월가 일각에선 고용 부진이 오히려 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증시의 최대 변수인 미국 금리인하와 미중 무역협상 모두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다.



◇美 일자리 증가세 둔화…예상치 하회

6일(현지시간)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 수는 13만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전월의 15만9000개보다 줄어든 것으로,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의 중간값 17만개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달 미국의 실업율은 3.7%로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전월과 같은 수치로, 전문가 예상치에도 부합한다. 미국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28.11달러로 전월에 비해 0.11달러(0.4%) 높아졌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3.2% 상승했다.

US뱅크자산운용의 제프 크래비츠 이사는 "이번에 나온 고용지표는 그렇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며 "연준은 이를 근거로 금리인하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의 경기확장세를 떠받치기 위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파월 의장은 스위스 취리히대에서 연설을 통해 "우리의 의무는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우리의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라며 "경기확장세 유지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며 "미국의 고용시장은 여전히 견조하고 소비도 양호하다"고 했다. 파월 의장은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을 경제의 주요 위험으로 지목하며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투자를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최근 연준 관계자들의 언론 인터뷰와 공개 연설 등에 비춰볼 때 0.5%포인트 이상의 대폭 금리인하는 연준 내부에서 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미 국채 금리 하락 등 경기에 대한 시장의 암울한 신호에도 불구하고 연준 위원 대다수는 미국의 경기확장세가 완만하게 지속되고,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도 목표치인 2%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현재 미국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오는 17∼18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가능성을 91.2%, 동결될 가능성을 8.8% 반영하고 있다.

◇中, 지준율 0.5%p 인하…150조 풀어 경기부양

같은 날 중국에서도 호재가 들려왔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은행 지급준비율(지준율)을 낮추며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이날 인민은행은 오는 16일 자국 은행들의 지준율을 0.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국 대형 은행의 지준율은 13.5%에서 13%로, 중소형 은행은 11.5%에서 11%로 0.5%포인트씩 낮아진다. 일정 자격을 갖춘 도시 상업은행의 경우 지준율이 추가로 1%p 인하된다.

지준율은 은행들이 고객들로부터 받은 예금 가운데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비율을 말한다. 지준율이 낮아지면 은행이 대출에 쓸 수 있는 자금이 늘어나면서 시중에 더 많은 돈이 풀리게 된다.

인민은행은 이번 조치로 총 9000억위안(약 150조9750억원)의 유동성이 시장에 투입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이 전면적인 지준율 인하를 단행한 건 올 1월 이후 8개월여만이다.

앞서 중국 국무원은 지난 4일 "경기부양을 위해 적절한 시기에 지준율을 인하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씨티인덱스의 켄 오델루가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지준율 인하 소식이 주식 등 위험자산 선호 현상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지난 5거래일 간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5% 올랐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모두 1.8%씩 뛰었다.

고릴라 트레이즈의 켄 버만 창립자는 "최근 주가 상승은 조정이 끝났음을 말해준다"며 "더 큰 규모의 랠리가 오고 있다"고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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