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과잉보호는 시장을 망친다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19.09.09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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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최근 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자본시장 전반을 뒤흔든 금리연계형 DLF(파생결합펀드) 사태를 두고 세간에서는 "은행이 순진한 고객들에게 독극물을 팔았다"고 하지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또 투자자를 과잉보호하려고 한다"고 한다.

특정 금융상품에 투자했다가 손실이 발생할 때마다 금융투자업계가 '악의 집단'으로 매도되는 현상이 이번에도 나타났다는 푸념이다. 전체 판매규모 1조원에 투자자 수는 수천여 명, 1인당 평균 투자규모는 2억원이었던 사모형 상품이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인당 2억원씩을 사모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이들을 과연 모든 위험에서 보호받아야 할 약자로 치부하고 무조건 감싸야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 불법·편법적 방법을 동원해 피해를 입힌 사실이 확인되면 그것만 핀셋으로 골라내듯 규제하면 될 일을 파생형 금융상품 시장 전체가 독극물인 것처럼 몰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다.

공모형 상품들이 자취를 감춘 것도 어쩌면 과도한 투자자 보호 때문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14조원이던 전체 펀드규모가 최근 647조원으로 늘어나는 과정에서 공모형 펀드의 규모는 214조원에서 252조원으로 소폭 늘어난 반면 사모형 펀드는 200조원에서 394조원으로 2배 가까이 급성장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모형 상품의 특성상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만큼 공시의무에다 투자운용 방식의 제한 등 각종 규제가 적용되는데 여기에 예금 수준의 안전망까지 제공해야 한다는 부담까지 지고서 공모상품을 만들 유인이 없다"고 했다.

투자수익은 위험과 비례관계에 있다. 더 높은 수익을 위해서는 그만큼의 위험을 더 감내해야 한다는 게 투자할 때의 원칙이다. 물론 원칙도 경우에 따라 완화될 필요가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강한 수준의 투자자 보호를 요구하는 것도 극심한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해 시장 활력을 높이자는 목적 때문이다. 그러나 당초 목적을 넘어서서 '때리는 것'에만 집중하면 시장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기자수첩] 과잉보호는 시장을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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