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바이오는 NRDO(개발 중심 바이오벤처) 기업으로 분류된다. 자체적으로 연구센터를 갖추지 않은 채 외부에서 신약물질을 사들여서 임상을 수행한 후 시장진출 가능성이 높은 물질을 대형사에 되파는 게 NRDO업체의 사업 방식이다. 앞서 브릿지바이오는 두 차례 기술성 특례상장을 시도했다가 기술성 평가에서 탈락해 상장 문턱에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려면 거래소가 지정한 2곳의 평가기관으로부터 A, BBB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하는데 이 점수를 받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1조5200억원 전부가 브릿지바이오로 유입되는 것은 아니다. 전체 계약규모의 일부만 계약금 등 명목으로 유입되는 데 그치고 나머지는 추후 해당 물질이 제품화돼서 실제 매출이 일어날 때 추가로 유입된다. 그럼에도 베링거잉겔하임이 브릿지바이오의 BBT-877을 주목했다는 자체가 일단은 높게 평가받을 만하다는 평가다. 실제 계약금 등 명목으로 이미 450억원이 브릿지바이오에 유입됐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브릿지바이오는 매출이 '0'이었다. 그러나 이번 기술수출 성공에 따른 계약금 등의 유입으로 브릿지바이오는 창립 5년만에 첫 실적을 기록하게 됐다.
그러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다더라도 공모과정에서 얼마의 밸류에이션이 매겨질지가 상장성사 여부를 좌우할 전망이다. 8월 신라젠 임상중단 여파로 바이오업종 전체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바이오종목에 대한 투자심리도 극도로 냉각됐다. 동종업계의 주가가 하락하면 투자자들에게 제시할 공모가밴드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기준 브릿지바이오는 자산총계(116억원)보다 부채총계(576억원)가 더 많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 한 해 매출은 없었으나 연구개발비 125억원 등 비용이 지속적으로 투입돼 15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이정규 대표가 29.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VC(벤처캐피털)인 KTB네트워크를 비롯한 FI(재무적투자자)가 RCPS(전환상환우선주) 형태로 57%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