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퍼뜨리다 인생 끝…대만, '최고 무기형' 초강력 입법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9.05.0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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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日 간사이공항 폐쇄 때 가짜뉴스로 외교관 자살 계기
가짜뉴스로 피해 발생시 엄벌…세계 각국도 처벌 강화 추세

지난해 9월 태풍 피해로 일본 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이 폐쇄됐을 때 주일본 중국 대사관이 대비 버스를 보냈으며 대만인도 이를 통해 공항을 탈출했다는 내용의 가짜뉴스. 한 타이베이대학교 학생이 작성한 가짜뉴스로 비난을 받던 대만 외교관 한 명이 자살했다. /사진=대만 SNS 갈무리 지난해 9월 태풍 피해로 일본 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이 폐쇄됐을 때 주일본 중국 대사관이 대비 버스를 보냈으며 대만인도 이를 통해 공항을 탈출했다는 내용의 가짜뉴스. 한 타이베이대학교 학생이 작성한 가짜뉴스로 비난을 받던 대만 외교관 한 명이 자살했다. /사진=대만 SNS 갈무리


지난해 9월 4일 제21호 태풍 '제비'가 일본을 강타하면서 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이 침수됐다. 태풍에 만조까지 겹치면서 활주로가 물에 잠겼고, 간사이공항과 오사카 내륙을 잇는 다리에 떠밀려온 유조선까지 부딪히면서 승객 수천 명이 공항에 그대로 고립됐다.

당시 타이베이대학교의 한 학생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주일 중국 대사관은 자국민을 위해 대피 버스를 긴급 파견했으며, 대만인들이 중국인으로 가장해 중국이 제공한 버스를 타고 겨우 탈출했다"는 내용의 가짜뉴스를 유포한다.



이 소식이 여러 경로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대만 언론까지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이를 보도하면서 대사관 역할을 하는 주일 대만경제문화대표처에 엄청난 비난이 쏟아진다. 수천 통의 항의 전화로 업무가 마비되고 정치권까지 들고 일어났다.

결국 대사격인 쉐창팅(謝長廷) 주일본경제문화대표처 대표가 그달 14일 해당 사건과 관련해 영사관 역할을 하는 오사카경제문화사무처에 대한 감사회의를 열기로 한다. 하지만 그날 수치청(蘇啟誠) 오사카 사무처장은 회의에 나타나지 않았고, 나중에 자택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다.



그러나 한 사람의 유망한 외교관을 자살로 몬 소식은 가짜뉴스였다. 중국 대사관은 대피 버스를 보내지 않았다. 중국 측이 보냈다는 대피 버스 사진은 간사이공항이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만인이 중국인이라 속이고 대피 버스에 탔다는 목격담도 모두 거짓이었다.

가짜뉴스를 유포한 대학생은 결국 경찰에 체포됐지만, 나중에 무죄로 석방됐다. 그는 계정이 해킹당했으며, 자신은 가짜뉴스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원도 그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만 입법원은 지난 7일 가짜뉴스 처벌 수위를 대폭 상향한 '재해 방지 구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유언비어나 사실이 아닌 정보 확산으로 사람이 다치면 10년 이하의 징역, 사망자가 발생하면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하도록 했다.


처벌 수위를 높여 함부로 가짜뉴스를 생산·유포하는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의도다. 대만 정부는 내년 총통 선거를 앞두고 중국이 가짜뉴스를 통해 여론을 조작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차단하고 스파이행위에 이용될 우려가 있는 중국 제품을 퇴출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대만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가짜뉴스를 처벌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다. 가짜뉴스가 여론을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독일은 지난해부터 온라인 콘텐츠 유통 플랫폼 사업자가 가짜뉴스나 혐오 발언 등을 걸러내도록 의무화했으며,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최대 5000만유로(655억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짜뉴스 유통방지법이 발의되고, 법무부가 처벌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반면 가짜뉴스 처벌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러시아는 지난 3월 '인터넷 규제법'을 제정해 대통령이나 정부 등에 대해 비판하는 이들에게 벌금을 부과하거나 심하면 구금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가 임의대로 웹사이트를 차단할 권리도 얻었다.

말레이시아에서도 의회가 가짜뉴스 작성 및 유포한 사람을 최고 6년형에 처하는 법안을 추진했으나, 언론을 탄압하고 합당한 비판까지 가로막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결국 폐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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