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에 든 돈이 적어도 부유하게 사는 법

머니투데이 백선기=이로운닷넷 기자 2018.01.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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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머니,우리동네 히든챔피언]청년들의 지갑을 챙겨주는 “청년지갑 트레이닝센터사회적협동조합”

편집자주 나랏님도 풀지 못한다는 숙제를 해결해 나가는 이웃들이 있다. 이들은 우리 동네에 일자리를 만들거나 어려운 이웃을 도우면서 지역경제와 환경을 지킨다. 대중한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장을 이끄는 '히든챔피언'들이다. 머니투데이는 사회적기업 이로운넷과 공동으로 '우리 동네 히든챔피언'을 발굴해 그들의 활약을 소개한다.

“이젠 발 뻗고 잘 수 있게 됐어요.”

상담사 김환희씨는 이 말을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김 씨는 청년지갑 트레이닝 센터(이하 청지트)가 진행하는 ‘내지갑을 부탁해’ 프로그램의 전문 상담사이다. 한 달에 약 10여명의 청년들을 만난다. 청년수당을 받거나 희망두배청년통장 참여자, 구직자, 사회 초년생등 다양하다. 일대일로 만나 구체적으로 수입과 지출을 놓고 직접적인 해결방법과 재무계획을 함께 수립해준다.

상담 창구에는 비단 어려운 청년들 뿐 아니라 여유있는 청년들도 찾아온다. 그는 “ 소득과 상관없이 불안심리가 너무 크다” 며 “ 돈을 관리하는 것 보다 돈을 대하는 철학과 원리 부분에 더 많은 상담시간을 할애한다”고 말했다. 청지트에는 김씨와 같은 상담사가 28명 활동하고 있고 지금까지 250차례 이상 상담이 이뤄졌다.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사회적협동조합은 동작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코워킹 스페이스에 입주해있다./사진=이우기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사회적협동조합은 동작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코워킹 스페이스에 입주해있다./사진=이우기


◇ ‘꿈꾸는 가계부’로 희망 설계

청지트는 2013년 설립된 대안은행인 '청년은행 토닥'에서 교육과 상담을 전담하는 부설기관으로 출발했다. 이후 2015년 사람 중심의 경제생활 문화를 만들겠다는 기치 아래 사회적협동조합을 꾸려 청년들을 위한 재무교육과 상담·소모임·캠페인·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돈을 만족감 있게 잘 쓰도록 하는데 목표가 있다.



청지트의 대표 교육 브랜드는 ‘내지갑 워크샵’이다. ‘내지갑워크샵’은 청지트가 직접 개발한 ‘꿈꾸는 가계부’를 활용해 재무관리 방법을 알려준다.

이유란 청지트 이사장은 “ 가계부를 잘 쓰고 나면 내 인생이 점검 되고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된다”며 “가계부는 돈을 아끼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돈을 잘 쓰기 위해 쓰는 도구이다”라고 말한다.

꿈꾸는 가계부와 꿈꾸는 통장/사진=이우기꿈꾸는 가계부와 꿈꾸는 통장/사진=이우기

‘꿈꾸는 가계부’는 총 2권으로 돼있다. 1권은 본인의 꿈을 적도록 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작성해 보는 것이다. 꿈은 직업만이 아니라 하고 싶고 배우고 싶고 먹고 싶은 것처럼 사소한 것들도 다 아우른다. 2권에서는 예산을 세우고 지출 및 결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다.

‘꿈꾸는 가계부’에는 감정일기란 것이 있다. 돈을 잘 썼는지 혹은 아까웠는지 돌아보고 다음엔 더 돈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 돈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 ... 생활경제 금융팁 공유

청지트의 교육과정 중에는 경제 기초 상식을 알려주는 항목도 있다.

내지갑 워크샵 현장/사진제공=청지트내지갑 워크샵 현장/사진제공=청지트


한영섭 내지갑연구소 소장은 청년들 대부분 정보력이 부족해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 우리는 투자 상품을 파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과 관련해 꼭 알아야할 것과 몰라도 되는 것을 알려줍니다. 적어도 당하지 않게 정보값을 주는 것이죠. 기업 마케팅에 의해 내 가치관과 다른 소비를 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걷어내는 작업도 합니다.”

한 소장은 “저축만으로 서울 수도권에 집을 산다는 건 하늘에 별따기지만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개인의 힘만으로는 불가능 할 수 있지요. 그러나 공공재원을 통해서 공공임대주택이나 사회주택에 임대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협동경제를 통해 주거를 공급받을 수 있고요. 그런데 청년들은 경험이 없다보니 그걸 잘 모릅니다. 그걸 알면 희망이 생깁니다.”

그는 “미래 설계에는 돈이 필요한 것도 있지만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한 것도 많다”면서“20대는 경험을 쌓기위해 돈을 모으고 써야 하는 시기”라고 조언했다.

◇ 삶의 풍요롭게 하는 4가지 부(富)



청지트는 돈이 수단이 아니고 목적이 될 때 불행의 시작이라고 믿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좋은 삶을 살기 위한 4가지 부를 정하고 이를 전파하고 있다. 첫째가 '생태적 부'다. 공공도서관, 미술관 등 공공의 재원이 우리의 것임과 동시에 내것임을 인식하면 개인이 누릴 수 있는 자원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정신적 부'로 워라밸처럼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면서 사는 것을 말한다.

세 번째는 관계맺음을 통한 '사회적 부'이다. 마지막으로 이 셋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돈’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청지트는 이같은 논리를 교육부터 상담· 소모임에 이르기까지 전반에 걸쳐 녹여내고 있다.

이유란 청년지갑 트레이닝센터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사진=이우기이유란 청년지갑 트레이닝센터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사진=이우기


이 유란 이사장은 “ 한 번의 상담이나 교육을 듣는다고 해서 바뀌진 않기 때문에 참가자들끼리 서로 교류하고 배움을 실천하는 소모임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 돈 이야기는 가족과 친구들과도 하기 어렵습니다. 재정 문제 뿐 아니라 실질적인 생활 정보들 주거, 일자리 문제 등 일상적인 생활 속 팁을 얻으며 안정감과 자신감을 얻고 사회적인 관계망도 두터워지죠.”

최근에는 청소년에 대한 경제 교육 수요가 늘어나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구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블루마블 게임이나 자신의 소비성향을 알아보는 타로카드가 그 예이다.



청지트는 다양한 교구 개발로 워크숍에 재미를 더하고 이해를 돕는다./사진=이우기청지트는 다양한 교구 개발로 워크숍에 재미를 더하고 이해를 돕는다./사진=이우기
◇ 사회초년생 절반 가까이 ‘빚쟁이’

신한은행이 전국 20-64세 금융소비자 2만 명을 조사해 발표한 ‘보통 사람 금융생활보고서 2018’에 따르면 사회초년생 절반 가까이는 빚을 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초년생(경력 3년 이하)의 47%는 대출을 보유하고 있었다. 학자금대출 (21%), 주택담보대출(8%), 전월세자금대출(8%)순이었다.



통계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전국 2만 가구를 조사해 발표한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결과’에 따르면 30세 미만의 청년 가구 부채는 2385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에 비해 41.9% 증가한 것이다.

이같은 현실적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청지트는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나 동작신협과 MOU를 맺고 실질적인 해결책에 나서기도 한다.

청지트는 동작신협과 함께 적정대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사진제공=청지트청지트는 동작신협과 함께 적정대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사진제공=청지트


1200만 원의 빚 때문에 3년 동안 속앓이를 해온 20대 청년 희욱(가명) 씨는 최근 청지트의 도움을 받아 빚을 갚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는 “서울시와 연계해 빚을 갚을 방법이 몇 가지 있다는 걸 알았다”며 “그중 신용회복위원회에 8년간 분담해 갚는 플랜을 선택해 진행중이다”고 말했다.

동작신용협동조합과는 적정대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 중이다. 햇살론이라는 정부대출이 필요한 경우 상담을 통해 대출자에게 꼭 필요한 적정 금액만큼만 빌려주는 방식이다. 과잉대출로 불필요한 소비를 막고 부족분을 사채나 고리대금업자로부터 빌리는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다.

◇ 청년부채 문제에 골몰하는 이유



청지트의 조합원은 모두 28명으로 강사, 상담사 등 생산자 조합원들이 주축이다. 최근에는 광주에도 지부가 생겼다. 직원은 7명. 이 가운데 80% 이상이 금융문제로 속앓이를 해본 경험이 있다. 이들은 청지트의 교육을 듣고 자기 문제가 해소됐고 삶의 변화가 왔다. 그 경험을 나누고 싶어 이를 업으로 삼게됐다.

청지트와 함께 하는 사람들. 뒷편 맨 오른쪽에 서 있는 사람이 정수현 센터장이다./사진=이우기청지트와 함께 하는 사람들. 뒷편 맨 오른쪽에 서 있는 사람이 정수현 센터장이다./사진=이우기
정수현 센터장은 “청지트를 찾는 사람들 중에 정말 힘든 경우는 소수이다”며“힘든 사람은 여유가 없다보니 정보를 접하는데 한계가 있어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과제다”라고 설명했다.



청지트의 상담을 받아 신용을 회복중인 한 청년은 전화인터뷰가 끝난 뒤 왜 인터뷰에 응했는지 장문의 문자를 보내왔다.

“젊은 층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아주아주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청지트가 이런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생겨 상담을 받았고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계속 연락을 하고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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