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공산품 양허목록, 내년 돼야 나온다

머니투데이 세종=우경희 기자 2014.11.1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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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과 외교관례상 가서명 이후에야 공개…산업부 "개별 문의 시 양허여부 밝힐 것"

사진=머니투데이DB사진=머니투데이DB


중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 전체 양허 목록이 공개되지 않아 '깜깜이 FTA'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구체적 양허 목록은 빨라도 내년 초에나 공개될 전망이다. 정부는 문의가 있으면 품목별로 양허 여부를 밝힌다는 방침이나 정보공개가 제한되면서 시장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전체 협정문 공개는 기술적 사항에 대한 협의와 법리검토를 함께 해 연말까지 가서명이 이뤄진 후 가능할 것"이라며 "그때가 돼야 협정문 양허내용과 PSR(품목별 원산지 기준) 세부내용을 모두 공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중국과의 FTA 과정에서 공산품 양허 내용과 관련해 대략적인 수치와 품목만을 공개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미, 한·EU FTA와 비교해도 이번 FTA의 정보공개 폭이 훨씬 크다"며 "다만 대부분 공산품이 개방됐던 이전 FTA와는 달리 이번 FTA는 일부 품목만 열리는 만큼 시장의 궁금증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FTA 실질적 타결 사흘 후인 이날 10~20년 후에야 관세가 철폐되는 일부 품목을 추가로 공개했다. 진공청소기, 전기밥솥, 전자레인지, 핫플레이트, 전기담요(이상 10년 후), 과일착즙기(20년 후) 등이다.



이번 FTA는 한국 정부가 농산물 시장을 방어하는 대신 공산품 시장에서 중국 측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하는 형태로 전개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농산품 시장에서 한국은 기니아새, 거위, 산양은 물론 각종 열대과일 등 국내 시장에 별 영향이 없는 품목까지 꼼꼼하에 민감품목 내지는 초민감품목으로 묶었다.

이 같은 내용을 관철시키는 반면 상대적으로 공산품 시장에서는 한국의 주력 상품인 자동차·LCD(액정디스플레이)·고부가가치철강재 등이 거의 모두 양허 제외됐다. 기업은 물론 FTA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회구성원들이 상세 양허내역에 대해 궁금증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공산품 부문에서 승리한 중국 언론에서도 관련 내용이 구체적으로 보도되지 않아 기업들의 궁금증은 더 증폭되고 있다.

정부도 입장이 있다. FTA가 실질적 타결을 이뤘지만 조문 구성 등에서 여전히 중국과 교감해야 한다. 가서명이 이뤄지기 전까지 공표할 수 없다는 국제관례를 무시할 수 없다. 산업부 관계자는 "민감할 수밖에 없는 공산품 부문에서 중국이 양허내용 공개에 대해 문제를 삼는다면 정부로서는 뭐라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대신 정부는 기업들이 케이스별로 문의를 할 경우 양허 여부를 개별적으로 설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각 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 담당부서에서 관련 문의에 대한 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12일 오후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조금 더 높은 수위의 양허 내역을 설명했다"며 "전체 목록을 밝힐 수 없을 뿐 개별문의에는 응답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초기 궁금증에 대한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는 "전문보고 등 후속 일정을 챙기느라 협상팀이 서둘러 귀국하지 못했다"며 "협상 실질적 타결 직후 국내서 대응하지 못해 '깜깜이 FTA' 우려가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허(양허관세) : 국가간 협상을 통해 관세율이 인하되면 그 인하된 세율수준 이상으로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관세인상을 할 수 없게 되는 국제협정 상 관세.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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