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아만도' 골드만삭스에 발등 찍힌 CVC캐피탈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4.10.2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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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니아만도가 우여곡절 끝에 대유그룹에 인수되면서 위니아만도 최대주주인 CVC캐피탈(시티벤처캐피탈)이 예상 밖의 손실을 입게 됐다.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도 M&A(인수·합병) 협상이 틀어지면서 주관 능력에 상처가 났다는 평가다.

22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대유에이텍 (1,100원 0.00%)은 최근 위니아만도 실사 이후 최종 인수가격을 115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감액했다. 대유에이텍은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위니아만도 지분 100% 가운데 먼저 인수하기로 한 70% 지분의 인수가격을 805억원에서 700억원으로 정정 공시했다. 2~3년 뒤 추가로 사들이기로 한 나머지 지분 30%의 가격도 345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낮췄다.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당초 예상했던 순자산가치보다 실제 가치가 떨어진다는 실사 결과가 나왔다"며 "이에 따라 인수가격이 10% 넘게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당초 위니아만도 지분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해 1500억원 안팎으로 평가됐다. 대유에이텍이 인수 계약을 맺기 전에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던 현대백화점그룹은 인수가격을 1500억원대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대백화점그룹의 인수 포기 선언 이후 CVC캐피탈은 대유에이텍과 지분 100%를 1150억원에 넘기는 계약을 맺었다.



실사 이후 가격 조정까지 감안하면 CVC캐피탈 입장에서는 당초 기대했던 매각가격의 최대 1/3이 날아가버린 셈이다. 전체 지분의 70%를 매각한 뒤 나머지 30%는 2, 3년차에 풋옵션 행사로 매각대금을 분할 지급받기로 한 점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손해는 더 크다. CVC캐피탈은 100억원대로 추산되는 위니아만도 임직원들의 위로금 지급도 떠안은 상태다.

시장에서는 CVC캐피탈이 그동안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에만 지나치게 의존한 게 사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골드만삭스가 매각가격을 높이는 데 치중하다 거래가 틀어졌다는 얘기다.

CVC캐피탈은 지난 8월에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낸 현대백화점그룹과 인수 의지가 큰 대유에이텍을 두고 고심을 거듭했다. 인수에 적극적이었던 대유에이텍과 계약하는 편이 안정적이었지만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대유에이텍과 SPA(주식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도 가격 인상을 유도하다 여의치 않자 현대백화점그룹에 단독협상권을 줬다.


이후 현대백화점이 시너지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인수를 포기하자 CVC캐피탈과 골드만삭스의 협상력은 급락했다. CVC캐피탈은 사모펀드 만기에 몰려 연말까지 매각을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유일한 협상대상자인 대유에이텍이 유리한 가격과 조건을 부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시장 한 관계자는 "지난달 말 홍콩에서 대유에이텍과 CVC캐피탈이 비밀리에 진행한 매매협상에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동석조차 못한 게 이런 사정 때문이었던 것으로 안다"며 "최동석, 정형진 대표가 지난 6월 골드만삭스 기업인수금융 공동대표가 된 뒤 첫 작품이 실패작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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