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하는 선녀를 보고 한눈에 반한 나무꾼이 날개옷을 숨기고는 "나와 결혼해 아이 셋을 낳으면 날개옷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한다. 아이 둘을 낳은 뒤 날개옷을 잠시만 보여달라 간곡히 부탁하는 선녀에게 나무꾼은 옷을 내어준다. 그러나 선녀는 아이 둘을 품에 안고 하늘로 떠나버린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이 동화는 '해외 토픽'에나 등장할 만큼 끔찍한 범죄의 기록이나 다름없다.
2목욕하는 선녀를 은밀히 훔쳐본 나무꾼의 행위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사실 여성의 신체를 훔쳐보는 범죄는 발견하기도 증명하기도 어렵다. 심지어 별도의 처벌 규정조차 없어 경범죄로 2만원 가량 벌금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해 비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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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 12조에 성적 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신설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훔쳐보는 행위'를 직접 처벌하지는 못하더라도, '훔쳐보는 장소'를 문제 삼으면 처벌할 수 있게 된다.
이 특례법 조항은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할 목적으로 공공장소에 침입하는 경우 처벌을 한다.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되는데, 여기에서 공공장소란 공중화장실, 목욕탕, 탈의실, 수유하는 곳 등 다양한 곳이 포함된다.
나무꾼은 선녀들이 목욕하는 장소라는 것을 알면서도 몰래 숨어들어 목욕 장면을 훔쳐봤다. 따라서 '공공장소'인 목욕탕에 침입한 죄를 물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날개옷을 훔친 '낭만절도범' 나무꾼
목욕하는 선녀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선녀의 날개옷을 몰래 숨긴 나무꾼. 반해버린 그녀에게 말이라도 붙여보려는 그의 애틋한 시도는 비록 낭만적일지는 몰라도 범죄에 해당된다. 여기에 해당되는 범죄가 '재물은닉죄'이다.
형법 제366조에 의하면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은닉 등 기타 방법으로 효용을 해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최근 한 용감무쌍한 남성이 길을 가다 마주친 여성에게 반한 나머지, 그 여성의 구두를 훔쳐 달아난 뒤 문자메시지로 자신과 데이트를 해주면 구두를 돌려주겠다고 제의한 일이 있었다.
여성의 신고로 붙잡힌 그 남성은 절도죄로 6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위기에 봉착했는데, 그 의도를 고려해볼 때 절도 보다는 나무꾼과 같은 재물은닉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랑이 죄가 되나요?" 라는 질문에 법률가로서 해줄 수 있는 답은 "예. 그럴 수 있습니다" 이다. 나의 사랑이 때로는 상대방에게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나무꾼의 짝사랑이 파괴한 선녀의 삶을 생각해 보자. 아이 둘을 낳고 함께 산 남편을 두고 떠나야 했던 선녀의 심정을 헤아려 본다면 과연 나무꾼에게 동정할 수 있을까?
영화 '완전한 사육'의 동화판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선녀와 나무꾼'은 그래서 꽤나 무서운 이야기다.
선녀에게 프로포즈하는 과정까지만 살펴봐도 이미 나무꾼은 용서받기 어려운 범죄자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어땠을까. 다음회에는 그들의 '결혼생활'을 파헤쳐 본다.
【PODCAST- 낭만파괴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