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째", "한 대 쳐 봐"…그 부탁에 친절히 응한 당신은 무죄?

딱TV 낭만파괴법 2014.07.0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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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TV]법으로 동화 뒤집어 보기…동화 '빨간구두'

편집자주 그녀들의 앙큼한 딱야동! - '야'매예비변호사와 금융전문가가 색다른 시선으로 '동'화를 읽으며 등장인물의 범죄를 파헤치는 낭만파괴법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친절한 금자씨'. "한 대 쳐봐"라는 주정꾼에게 주먹을 날려주고, "배 째"라며 웃옷을 벗은 이에게 칼을 대주었다. 간절한 부탁을 외면하지 않고 친절을 베푼 금자씨, 그는 과연 무죄일까?

빨간 구두를 무척 좋아했던 카렌은 죽을 때까지 춤을 춰야 하는 저주에 걸린다. 저주 때문에 춤을 추며 괴롭게 숲을 헤매다 사형집행인에게 다리를 잘라달라고 부탁해 겨우 저주에서 풀려난다.



하지만 과연 피해자가 허락했다고 해서 다리를 잘라도 괜찮은 걸까. 만약 죽여달라는 부탁이라면?

"배 째", "한 대 쳐 봐"…그 부탁에 친절히 응한 당신은 무죄?


야! 쳐봐. 한 대 쳐봐!!



폭행 사건의 원인을 찾다 보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사례다. "한 대 쳐보라"고 소리를 치며 따지기에 한 대 쳤을 뿐이라는 것. 사실 술이 과했거나 시비가 붙어 화가 나면 종종 하는 써먹는 대사가 아니던가.

이 대목에서 법전을 한 번 펼쳐 보자. 형법 제24조에는 피해자의 승낙에 관한 규정이 있다. 주거침입과 같은 범죄는 피해자가 "해도 된다"고 하면 위법성이 없는 행위가 돼 처벌받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피해자의 허락을 얻었다고 해서 모든 범죄가 처벌을 면제받는 것은 아니다. 판례를 보면 첫째, 자기가 승낙할 수 있는 범위일 것. 둘째, 진지하게 내린 결정일 것. 셋째 상식에 벗어나지 않을 것. 이 모두를 충족시켜야 피해자의 승낙을 인정해준다. (대법원 2008.12.11. 선고 2008도9606 판결)


같은 폭행이더라도 "잠 좀 깨게 뺨 한 대 때려줘"라고 해서 친구의 뺨을 때린 경우와 시비가 붙어서 "쳐봐! 쳐 봐!"라고 말한 상대방의 뺨을 때리는 것은 명백하게 다르다.

의사에게 배를 가르고 수술을 해도 된다고 동의하는 것과, 빚을 갚으라고 독촉하던 상대가 "배 째"라고 내민 배에 칼을 대는 것은 다르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비가 붙은 도중에 쳐보라며 호기롭게 윽박지르는 상대방을 폭행할 경우, 그 상대가 진지하게 내린 결정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진심도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상대방의 호방한 부탁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친절하게 주먹을 날려준 당신에게는 '폭행죄'를 물을 수 밖에 없다.

"배 째", "한 대 쳐 봐"…그 부탁에 친절히 응한 당신은 무죄?
그렇다면 사형집행인은 어떻게 될까?

사형집행인의 경우, 카렌의 발목을 잘라주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잠시 묶어두거나 구두를 벗겨주는 등 다른 대안을 선택할 수 있었는 데도 발목을 잘랐다면, 징역살이를 피하기 어렵다고 봐야 할 것이다.

상대방이 허락해도 언제나 고민해봐야 한다. 진지하게,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 또 상식적으로 그 행동이 이해될 수 있는지 꼭 고려해보자.

화가 나거나, 욕정이 일거나, 급박한 상황에 빠져 이를 간과한다면, 어느 순간 경찰서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진술을 하고있는 자신의 경솔함을 한탄하게 될지도 모른다.

[PODCAST - 낭만파괴법]

"배 째", "한 대 쳐 봐"…그 부탁에 친절히 응한 당신은 무죄?
☞ 본 기사는 딱TV (www.ddaktv.com) 에 7월 8일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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