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한 왕국의 막내 공주가 황금 공을 가지고 놀다 연못에 빠트렸다. 이걸 본 개구리는 공주에게 자신이 황금 공을 가져다줄 테니 한 가지 약속을 해달라고 요구한다. 친구(?)가 되어 친절하게 같이 식사하고, 같은 침대에서 잠도 자자는 제안이었다.
이 일로 공주는 아버지에게 된통 혼이 났고, 어쩔 수 없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개구리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이게 웬 반전? 알고 보니 개구리는 저주에 걸린 왕자였던 것.
처음부터 지킬 생각 없이 한 약속!
이렇게 처음부터 지킬 생각 없이 약속을 해 상대방을 속이고,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면 사기죄에 해당한다(형법 제347조). 사기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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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는 개구리가 대신 공을 갖다 주는 '편의'를 제공받았을 뿐이니 '이득'을 본 게 없다고 주장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연히 개구리의 노동력을 착취한 건 분명하다. 그러니 노동력의 대가로 줘야 할 '돈'을 주지 않음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했다고 볼 수 있다.
공주가 결국 약속을 지켰으니 처벌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상대방을 기망하는 순간 '사기'라는 행위는 이미 실행된 것이다.
상대방을 속여 실컷 이득을 취하고 나서 경찰서에 갈까 두려워 뒤늦게 약속을 이행했다고 해도 공주는 여전히 '사기죄'에 해당한다. 이 철딱서니 없는 공주님은 명실상부한 '범죄자'에 해당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약속의 내용이다. 개구리가 공주님에게 요구한 것은 '동거계약'이다. 저주에 걸린 개구리 왕자의 '애틋한 소원'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한 번 생각해 보자. 개구리가 만약 배불뚝이 중년 남성이고 공주님은 17세 소녀라고 가정해 보면, 상황이 180도 달라진다.
중년의 남성이 여고생에게 도움을 줄 테니 같이 밥도 먹고 잠도 자자고 제안했다면, 우리는 공주를 비난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라고 등떠민 무정한 왕은 '아버지'로서 제 역할을 다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많은 커플이 동거계약과 그 유효성에 대해 인터넷 게시판에 묻곤 한다. 우리나라는 민법 제103조에서 사회질서에 반하는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를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다. 상식과 사회윤리에 어긋나는 계약은 계약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사회질서에 반하는 사항 중 하나로 '개인의 정신적, 신체적 자유를 심하게 제한하는 것'이 포함된다. 그러므로 동거계약, 특히 성관계를 포함한 계약에 대해서는 강제하지 못하게 한다.
다만 요즘 급증하고 있는 거주형태인 '셰어하우스'에서 생활하는 경우, 비용부담이나 생활방식 등에 관한 조항은 계약이 유효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개구리가 제안했던 계약은 무효라고 볼 수 있다. 개구리는 공주에게 자기와 같이 살아줄 것을 강요할 수 없다. 계약 자체가 무효이니 말이다.
이를 우리 현실에 빗대어 보자면 '성매매 선입금 사기'와 비슷하다. 무효인 계약이더라도 이를 빌미로 사기를 치는 경우, 사기죄로 처벌받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희망에 부풀었던 음흉한 개구리 왕자도 잔망스러운 공주님도 승자 없는 거래를 했다. 이상한 아버지 덕분(?)에 둘이 결혼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과연 둘의 결혼생활은 '백년해로'하면서 해피하게 마무리했을지는 의문이다.
[PODCAST - 낭만파괴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