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작곡가 겸 뮤지컬 번역가. 최근 공연 중인 뮤지컬 '위키드'를 비롯해 다양한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의 한국의 번역작업을 했다. 얼마전 예술의전당에서 막을 내린 연극 '당통의 죽음'(게오르그 뷔히너 작)의 음악을 작곡하기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임성균 기자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을 현지에서 공연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번역 작업을 꼽는다. 언어감각은 물론 문화와 정서,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이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은 누굴까.
현재 '대본 잘 나왔다'는 소리를 들으며 인기리에 공연 중인 세 편의 뮤지컬 '위키드' '맨 오브 라만차' '벽을 뚫는 남자'는 모두 이지혜 작곡가의 감각으로 우리말이 입혀진 공연이다. 그는 한국에서 음대(작곡과)를 나와 미국 뉴욕대(NYU)에서 뮤지컬창작과를 졸업하고 공연계에서 작곡가와 번역가로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 작곡가는 '위키드'의 경우 대사가 너무 많아서 솔직히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직역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적절하게 축약을 하는 것, 발음과 강세를 고려해 음절에 맞게 노랫말을 붙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번역을 하면서 우리말에 꼭 맞는 단어를 찾기란 쉽지 않다. 예컨대 '위키드'에서 글린다가 부르는 대표적인 곡 '파퓰러'(Popular)는 영어 단어를 그대로 사용했다. 그는 "노래 중에 '파퓰러'라는 단어가 계속 나오는데 그때마다 파퓰러 대신 '대중적'이란 단어를 썼다면 얼마나 어색하고 우습겠어요? '원더풀'(Wonderful)의 경우도 '잘났네~'라고 번역했으면 느낌이 안 왔을 거고요."
어린 시절 꿈이 만화가였다는 이지혜 작곡가는 그림을 좋아하고, 사람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많다. 성악을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음악과 친숙한 유년시절을 보냈다고 했다. /사진=임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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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할 때 조크(joke)를 잘 살린다는 얘기를 듣는 편입니다. 제가 냉소적인 면도 있지만 웃기는 걸 참 좋아하거든요. 주변 사람들 흉내 내는 것도 좋아하고요. 뮤지컬은 유행을 선도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현실과 트렌드를 분명히 반영하죠. 생활 속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를 잘 골라 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뮤지컬 번역 일은 보통 연출가나 음악 감독들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작품 자체와 음악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작곡가는 공연 창작자로서 필요한 자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람에 대한 관심과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에 호기심이 많아야 합니다. 책을 많이 보는 것과 언어적 감각도 중요하고 트렌드나 문화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겠죠. 하지만 공연을 만드는 일은 누구 한 명이 고집을 부려서 되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번역할 때나 작곡가로서 일할 때도 모두가 편안하게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엄마 같은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지혜 작곡가가 번역작업을 한 뮤지컬 작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