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싫다' vs '삼성서 일하고 싶다'… 결과는?

머니투데이 옌퐁공단(베트남)=정지은 기자 2013.06.26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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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세계는 일자리 전쟁중, 우리는…]<2부 3-2>"휴대폰 매출신화, 베트남 생산기지 덕분"

베트남 북부 박닌성 옌퐁공단에 위치한 삼성전자 베트남법인(SEV) 1공장 입구. /사진=정지은 기자베트남 북부 박닌성 옌퐁공단에 위치한 삼성전자 베트남법인(SEV) 1공장 입구. /사진=정지은 기자


처음부터 휴대폰 생산기지를 해외에서 찾을 생각은 없었다. 6년 전인 2007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세계 휴대폰 시장점유율은 14.4%에 머물렀다. 당시 1위인 모토로라(38.9%)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2위 노키아(14.2%)와의 대결도 쉽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1위 기업' 달성을 목표로 새로운 계기를 찾기 시작했다. 경쟁사를 앞지르려면 휴대폰 4억대를 판매해야 했다. 이를 위해 2억대 이상을 추가로 공급할 수 있는 채널 확보가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마침내 '낮은 원가에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형 생산 거점을 신설하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억대 규모의 휴대폰을 만들 인력과 부지를 찾을 수 없었다. 원가 경쟁력 절감은 꿈같은 이야기였다. 이때 베트남 정부가 젊은 인력과 낮은 인건비, 법인세 우대를 앞세워 손을 내밀었다.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세계 최대 휴대폰 생산기지를 만든 이유다.

지난 12일 베트남 북부 박닌성 옌퐁공단에 위치한 삼성전자 베트남법인(SEV) 1공장에서 만난 유영복 삼성전자 베트남법인장은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휴대폰 생산기지를 만든 가장 큰 이유는 인력난과 원가 경쟁력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유 법인장은 "SEV 1공장을 만든 뒤 휴대폰 대량 생산과 속도 개선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며 "지난해 삼성전자가 휴대폰 판매량 4억대를 달성한 것도 SEV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공장에선 "일하고 싶어요" 지원자 수두룩
SEV 휴대폰공장에 들어서자 작업복을 입은 현지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쪽 벽면에는 베트남어로 '품질은 SEV가 지켜야 하는 최고의 가치다'라는 슬로건이 걸려 있었다.

이곳에선 직원 3만명이 모여 1억2000만대의 휴대폰을 만든다. 이직률이 높은 생산공장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매주 1200명의 인력을 채용하며 쉬지 않고 생산라인을 가동한다. 공장 내 마련된 교육장에선 신입사원들에 대한 교육이 한창이었다.


유영복 삼성전자 베트남법인장이 12일 삼성전자 베트남법인(SEV) 1공장 내 집무실에서 법인 운영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지은 기자유영복 삼성전자 베트남법인장이 12일 삼성전자 베트남법인(SEV) 1공장 내 집무실에서 법인 운영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지은 기자
유 법인장은 "SEV 직원들에게는 크게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며 "대부분 고등학교 졸업 출신이라는 점과 연령대가 젊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곳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21세로 경북 구미사업장(약 26세)보다 젊은 편이다.

이는 삼성전자 구미사업장과 차이나는 행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현재 구미사업장 인력은 총 9500명. 연간 채용규모가 500명에 불과하다. 최근 몇 년간은 생산라인을 가동하기 위해 이 규모를 유지하기에도 벅찰 정도다.

SEV 인력들은 대부분 오토바이로 1시간이 넘는 먼 거리를 출퇴근하면서도 오직 '일하고 싶다'며 나선 이들이다. SEV 채용팀이 300~350㎞가 넘는 지역까지 출장을 가서 채용 활동을 벌인 덕분이다. 모르면 몰라서 못오지 채용 기회를 알면 대부분 적극 지원하는 형태다.

이날 SEV에서 채용 절차를 밟던 하지푸엉씨(26) 역시 자동차로 약 1시간이 떨어진 박장지역에서 이곳을 찾았다. 그는 "월급과 복지는 물론 자부심까지 갖고 일할 수 있는 기회"라며 "오랫동안 열심히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 U턴은 안 될까 "현재로서는 불가능"
최근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현대·기아차,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잇따르면서 국내로의 U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를 받아들이기는 힘든 게 현실이다. 국내 제조업 환경부터 손질해야 한다는 게 기업들의 주장이다.

국내 제조업 환경에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 묻자 심원환 삼성전자 베트남법인 단지장(전무)은 "어떻게 보면 국내에선 제조업 환경 손질보다 직업관 변화가 시급하다"며 "아무리 취업난이 심각하다고 해도 지방 생산 공장에서 일하려는 지원자들은 많지 않다"고 대답했다.

"공장에서 일하는 것을 하찮게 여기는 생각부터 바꿔야 답이 나온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베트남에선 직업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너도나도 생산직에 뛰어 들지만 한국에선 연봉 3000만~4000만원을 줘도 생산라인 인력을 겨우 채울까 말까한 상황.

"휴대폰 생산기지가 베트남에 있다고 해서 국내 일자리 창출 효과가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베트남 공장이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공장에서 일할 사람이 없어 당장 공장을 가동하지 못할 겁니다."

심 전무는 국내 U턴 대신 국내 제조업을 핵심 R&D(연구·개발)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주력하는 한 편 해외에선 생산 물량을 높이고 부를 창출해 이를 국내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삼성전자 베트남법인(SEV) 조립공장에서 베트남 직원들이 휴대폰 케이스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정지은 기자삼성전자 베트남법인(SEV) 조립공장에서 베트남 직원들이 휴대폰 케이스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정지은 기자
심규정 구미상공회의소 조사팀장도 "현재로서는 국내 사업장에서 생산물량을 늘리거나 대규모 인력을 선발하기는 힘든 게 사실"이라며 "인력난이 심각하다 보니 베트남과 중국 등 해외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이 많다"고 진단했다.

심 팀장은 "기존 국내 생산 공장 규모를 줄이는 게 아니라 경쟁력을 찾아 해외로 증설하는 추세라서 제조업의 위기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국내 제조업 인력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당분간 삼성전자의 베트남 투자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휴대폰 수요 증가를 감안해 부지를 사전 확보하는 차원에서 최근 1공장에 10억 달러(1조1500억원)를 추가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1공장 투자금액(15억 달러)과 내년 2월 완공 예정인 베트남 타이응우옌성 옌빈공단 제2공장 투자금액(20억 달러)을 포함하면 베트남법인 총 투자금액은 45억달러(약 5조1900억원)에 달한다.

유 법인장은 "내년 2월 2공장까지 설립하면 베트남에서 만드는 휴대폰은 지난해 생산량의 2배 수준인 2억4000만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앞으로 세계 최대 휴대폰 생산기지로서 삼성전자 휴대폰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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