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작 전까지 책을 펼쳐놓고 공부하고 있던 용마중 선수들. /사진=정도원 기자
15일 서울 동부교육지원청의 학교스포츠클럽 야구 리그 용마중학교 대 성일중학교 경기를 지켜보던 김정모 연식야구연맹 교육팀장은 빙그레 웃으며 "지금 학교 현장에 그런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0교시를 학교스포츠클럽 야구로 운영하는 학교가 바로 그렇다는 것이다.
자녀의 변화에 누구보다 민감한 것은 학부모다. 당초에는 "학원 가야 하는 데 방해된다" "애 야구 선수 만들 일 있느냐"던 학부모들이 이제는 경기를 쫓아다니며 음료수도 사 주고, 수고했다며 짜장면을 시켜준다.
기우였다. "야, 괜찮아"하는 외침이 스탠드에서 먼저 들려왔다. 관중들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서 있던 우익수 최선웅 군(15)에게 "우리 염광중하고 했을 때는 먼저 여섯 점 주고 시작했는데도 이겼잖아" "괜찮아" "이제 시작이야"라는 격려가 잇따른다.
성일중과의 경기를 관전하며 '홈팀' 용마중을 응원하고 있는 용마중 학생들. /사진=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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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응원과 서로에 대한 격려, 그리고 갈등에 대한 통제. 그 모든 것이 한 경기 속에 녹아 있는 것이다. 경기 중 동료에 대한 격려, 그리고 학교에 대한 소속감. 요즘 학생들은 그런 게 부족하지 않나. 스포츠를 통해 구심점을 형성하는 것이다."
한 해에 5000여 경기를 진행하는 큰 사업이다.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을까. 오 장학사는 "기존의 선입견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스포츠에 대해 의외로 왜곡된 시선을 갖고 있더라"며 "'공부를 못하게 될 것' '공부에 방해될 것'이라며 교장이 면학 분위기를 저해한다고 앞장서 반대한 경우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오 장학사는 "하지만 결국 입증이 됐다"고 단언했다. 팀워크를 통한 인성, 플레이를 통한 창의성, 경기를 통한 판단력… 스포츠를 통해 만들어가는 이 모든 창의인성 교육의 효과가 입증된 것이다. 게다가 당장 눈에 보이는 생활지도에서도 기대 이상의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도 모두가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애초에는 학교를 들뜨게 만든다는 말도 있었다"며 "하지만 동료애와 상대에 대한 배려, 강요된 맹종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순종,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가치 판단… 모두가 기존의 주입식 교육으로는 이룰 수 없는 것들이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학생들이 이를 스포츠를 통해 체득하게 됐다는 것이다.
오 장학사는 "이제는 일선 교사들이 되레 저를 보고 '이렇게까지 생활지도에 효과가 있을 줄은 몰랐다'고들 한다"며 웃었다.
정지선 용마중 교장은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에 대해 "운동을 통해 욕구를 건전하게 분출하고 이 시기 학생들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불안감을 해소함으로써 정서 순화에 더할 나위 없이 도움이 되고 있다"며 "체력도 신장되고 심적으로도 안정감을 준다"고 평가했다. 특히 정 교장은 "아침에 오면 일찍부터 연습들을 하고 있기에 언제부터 하나 하고 아무리 일찍 와도 항상 이미 하고 있더라"며 웃었다. "그렇다고 학업을 소홀히 하는 것도 아니고 공부에도 더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렇게 용마중 유니폼을 갖춰 입고 경기를 하니 학교에 대한 자부심도 생기고 얼마나 좋으냐"고 덧붙였다. 오 장학사는 "교장이 부정적이면 현장에서 원활한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이 쉽지 않은데 정 교장이 긍정적인 분이라 용마중에서 특히 모범적인 활동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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