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견실기업 웅진 흔든 건 또 '론스타'?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이창명 기자, 정지은 기자 2012.09.26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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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만 남은 극동건설 5년전 론스타에 고가인수..1兆 붓고도 그룹전체 위기 봉착

"그때 단추를 잘못 뀄다."
웅진을 잘 아는 한 전직 임원의 얘기다. 32년 전인 1980년 출판사업을 시작으로 환경가전·식품·건설·태양광에너지사업까지 아우르며 견실하게 기업을 성장시켜 계열사 32개(공정위 기준), 지난해 매출 6조원으로 재계순위 32위에 오른 웅진그룹이 1건의 잘못된 M&A(인수·합병)로 그룹이 해체될 위기에 봉착했다.

(서울=뉴스1) 한재호 기자 = 웅진그룹 계열의 시공능력 평가순위 38위의 극동건설이 자금난으로 1차 부도에 이어 법정관리 수순을 밟고 있는 26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로 극동빌딩에서 입주사 직원들이 지나고 있다. 2012.9.26/뉴스1(서울=뉴스1) 한재호 기자 = 웅진그룹 계열의 시공능력 평가순위 38위의 극동건설이 자금난으로 1차 부도에 이어 법정관리 수순을 밟고 있는 26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로 극동빌딩에서 입주사 직원들이 지나고 있다. 2012.9.26/뉴스1


2007년 론스타로부터 인수한 극동건설이 5년 만에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다. 당시에도 고가인수 논란에 휩싸인 극동건설이 지난 25일 150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26일 부도처리됐다.



웅진그룹은 극동건설 여파가 그룹 전체에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원에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에 대한 기업회생신청서를 동시에 제출해 험난한 회생과정을 거치게 됐다.

◇웅진 내부에선 "론스타에 속았다(?)"…뒤늦은 후회=2003년 4월 론스타는 극동건설 주식 1476억원, 회사채 1230억원어치를 매입하며 인수했다. 6개월 뒤에는 추가로 224억원을 들여 소액주주 지분까지 포함해 98.1%의 지분을 확보하고 자진 상장폐지했다.



회사를 인수한 후 회사 내 보유현금으로 1230억원어치 회사채를 바로 상환해가서 지분매입액은 1700억원에 불과했다. 론스타는 극동건설을 인수한 후 즉시 자금회수에 들어가 2003회계연도에 162억원의 영업이익보다 많은 240억원의 배당을 받아갔다. 배당금은 서울 충무로 극동빌딩을 매각한 이익에서 챙겼다.

또 2003년 유상감자를 통해 650억원을 빼간 론스타는 2004년 6월 회삿돈으로 자신들의 보유주식을 사게 하고 유상감자를 해 875억원을 회수했다. 2004년엔 순이익의 51%에 달하는 195억원, 2005년에는 순이익의 95%인 260억원을 배당받았다. 론스타는 극동건설 매각 전까지 인수자금 1700억원보다 많은 2200억원을 배당금 등으로 회수했다.
 
2007년 매각 당시 1300억원 정도의 가치로 평가받던 극동건설은 론스타가 경매호가식 입찰을 진행하면서 인수대금을 끌어올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2배가량의 고가에 매각했다.
 
M&A 및 회계에 밝은 학계 전문가는 "주요 자산을 팔고, 배당으로 충분한 이익을 남긴 껍데기만 있는 회사를 고가에 팔아치운 론스타의 실력이 대단했다"고 당시를 회고했고, 웅진 내부에서는 "속았다"는 뒤늦은 후회가 나오고 있다.

◇견실히 성장한 30년…5년 만에 위기=잘못 꿴 첫 단추로 웅진그룹이 겪는 어려움은 적지 않았다. 웅진그룹은 극동건설에 1조원 넘는 자금을 쏟아붓고도 결국 기업회생신청의 길에 접어든 것.


1980년 도서출판 헤임인터내셔널이라는 소기업으로 출발해 1991년 '코웨이정수기' 첫 생산에 들어가면서 정수기업계의 선두주자로 나섰고 2002년에는 웅진코웨이 렌탈 고객이 100만명을 돌파해 국내 정수기업계 1위의 면모를 자랑했다.

식품사업 역시 대표음료 '초록매실'과 '아침햇살'을 앞세우며 뻗어나갔다. 2006년에는 웅진에너지를 설립해 태양광사업까지 뛰어들었다. 웅진그룹은 건설레저, 금융까지 사업을 뻗어가며 성공신화를 썼다.

 여기까지였다. 윤 회장은 2010년 웅진그룹 30주년 창립기념식에서 "지난 30년간 우리는 많은 것을 이뤘지만 앞으로 가야 할 목표는 아직 멀고 높다"고 말했다. 당시 윤 회장은 "기업은 끊임없이 성장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다"며 "웅진의 장기 목표는 '지속가능기업'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회장이 '지속가능기업'의 포부를 밝힌 지 불과 2년 만에 웅진그룹은 기업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2007년 8월 론스타로부터 극동건설을 인수하면서 웅진홀딩스가 유동성 위기를 겪은 탓이다. 기업회생신청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윤 회장이 웅진홀딩스의 대표이사에 다시 올라 웅진그룹의 회생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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