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5000만 株民 중 87% 손실, ‘루저’가 된 이유

머니투데이 베이징=홍찬선 특파원 2012.03.03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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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워치]증자만 있고 배당은 없어, 기관도 지난해 72조원 손실

중국의 5000만명의 주식투자자(꾸민, 股民) 가운데 87%가 지난해 손실을 입었다. 투자 전문가로 통하는 기관투자가들의 손실 규모만도 4000억위안(약72조원)에 달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해 21.68%나 폭락하면서 10년 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9.2%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었을 정도로 잘 나갔는데 증시는 왜 ‘루저(Loser, 실패자)’가 됐을까?



중국의 정당 중 하나인 93쉬에셔(九三學社)가 제11기 전국정치협상회의 개막을 계기로 제시한 통계는 중국 증시가 루저가 된 이유를 잘 설명한다. 중국 A주식(중국 증시에 상장돼 중국인들만 투자할 수 있는 주식)의 지난 20년 동안 배당액은 같은 기간 상장사들이 주식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의 17%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도 상하이종합지수는 21.68%나 폭락했음에도 상장기업들은 6780억위안(122조4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의 GDP(국내총생산)는 2.6배로 증가했고 소비자물가는 29%나 상승했다. 미국의 다우지수는 22% 올랐고 인도 선센스지수는 417%나 폭등했다. 중국 주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홍콩의 항셍지수도 무려 69%나 상승했다. 하지만 상하이종합지수는 제자리였고,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구민(股民, 주식투자자)들은 엄청난 손실을 본 것이다.



전국인민대표인 이민리(易敏利) 시난차지징(西南財經)대학 교수는 “단기든 장기든 A주식으로는 돈벌기 어렵다는 것을 중국 구민들은 모두 알고 있다”며 “주식시장은 자금조달과 투자라는 2개의 수레바퀴가 있어야 하는데 투자는 없고 자금조달만 있으니 어떻게 제대로 굴러갈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93쉬에셔는 “주식시장이 자산관리의 중요한 선택대안의 하나지만 중국 증시는 자금조달에만 치중한 나머지 투자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부실기업이 퇴출되지 않아 옥석 가리기가 제대로 되지 않고, 내부자 거래와 작전 같은 불공정 거래가 판치고 있는 것도 중국 증시가 루저가 된 이유다. 미국의 나스닥시장은 지난 3년 동안 상장회사 수가 13.08%나 감소했다. 상장이 비교적 자유롭지만, 이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부실 상장회사는 과감하게 퇴출시킴으로써 ‘상장회사는 믿고 투자할 수 있는 회사’라는 신뢰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지난 21년 동안 퇴출된 상장사는 전체 상장회사의 1.82%에 불과하다. 일단 상장되면 아무리 부실회사가 되더라도 퇴출되지 않은 채, 우회상장 등을 통한 가격부풀리기(작전)에 악용된다. 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궈슈칭(郭樹淸) 증권감독위원장은 작년 10월에 취임한 이후 불공정거래 근절, 배당 확대, 양로보험 등 장기자금의 주식투자 허용 등 증시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덕분으로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2일, 2460.69에 마감됐다. 최근 7주일 연속 상승하면서 작년말보다 11.9%나 상승했다. 하지만 주식투자로 돈을 번 구민들은 아직도 찾기 힘든 상황이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기록했던 사상최고치에 비해선 여전히 절반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93쉬에셔 대표위원은 “자본시장 개혁의 올바른 길을 찾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증권감독위원회가 규제에서 진정한 감독으로 탈바꿈하는 것도 중국 증시를 살리는 올바른 길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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