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시장의 사회학으로 본 주가 전망

머니투데이 장득수 현대인베스트먼트 전무 2012.01.09 16:30
글자크기
[폰테스]시장의 사회학으로 본 주가 전망


사례1: 1992년 1월 한국. 국내 주식에 대해 외국인 투자 한도가 10%로 최초 개방되었을 때 시장에서는 예상과는 달리 이른바 저PER 주식이 외국인들의 왕성한 매수로 인해 크게 상승했다. 대한화섬, 삼아알미늄, 삼나스포츠, 백양, 남영나이론, 신영, 태광산업 등이 단기간에 급등했다. 이전까지 이러한 종목들이 좋은 회사였고, PER 수준이 매우 낮은 회사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비전산종목이었고(그당시는 전산으로 매매되는 종목과 수작업으로 거래시키는 종목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평소 거래량이 워낙 적어 시장에서는 외면되고 있었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지속적이고 집요한 매수세로 인해 주가는 급등했고, 한국 시장에서는 소위 저PER 혁명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사례2: 2005년 2월 미국 . 당시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렸던 그린스펀은 16일 의회 청문회에서 기준금리의 인상에도 불구 장기금리가 상승하지 않는다며 Conundrum(수수께끼) 이라고 불렀다. 사실 2000년 초반을 휩쓴 나스닥 투기 열풍의 후유증과 2001년 911 테러를 겪은 미국은 경기회복을 위해 기준금리를 1%까지 낮췄다. 이후 저금리의 효과로 인해 미국경제는 급속히 회복하기 시작했고 이에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를 거의 매월 25bp씩 인상하여 2005년 2월 2.5%까지 도달하였다. 하지만 미국 10년 국채금리는 기준금리 1% 시절과 거의 같은 수준인 4%초반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원인에 대해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줄었다는 해석도 있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 일본과 중동 오일 머니가 미국 장기국채를 대량으로 매수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사례3: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미국 주식시장. 미국증권시장은 90년대 내내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왔으나 2000년 나스닥 버블을 거치면서 2003년까지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가 이후 2007년 다우지수가 14,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6,000선까지 추락한 이후 현재 12,000선에 머무르고 있다. 시대별로 보면 2000년까지는 압도적으로 대형주 중심의 상승인데 반해 2000년 이후 현재까지는 중소형주의 상승률이 대형주를 압도한다. 이에 대한 이유는 투자 주체로 설명이 가능한데 90년대는 뮤추얼 펀드의 시대로 90년 초반 2390억 달러에 불과하던 미국 주식형 뮤추얼 펀드는 2000년 초반 4조410억 달러로 16.9배 성장했다. 한편 2000년 이후 주가 대폭락과 함께 뮤추얼펀드의 성장이 정체된 상태에서 헤지펀드가 급속히 성장하여 현재 1만여 개의 펀드에 2조 달러가 넘는 자금이 운용되고 있다. 뮤추얼펀드의 핵심이 유동성이 풍부한 대형주이고, 헤지펀드의 주타겟 대상이 중소형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90년대 대형주,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중소형주의 초과성과를 이해할 수 있다. .

주가(여타 금리나 환율과 같은 경제변수도 마찬가지)는 기본적으로는 경기, 기업실적, 정보 등과 같은 펀더멘탈이 결정하지만 위의 사례와 같이 일시적 또는 장기간에 걸친 움직임은 특정 수급 요인(특정 기관이나 매수주체)에 의해 일반적인 예상과 다르게 결정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시장의 사회학(Sociology of Markets)이라고 한다. 시장의 사회학 측면에서 볼 때 2012년 장세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먼저 외국인의 경우 2009, 2010년에 걸쳐 50조원 넘게 순매수한 이후 2011년 9.5조원 넘게 순매도 했는데, 2012년에도 순매도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 재정위기가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미국경기 회복은 반짝 회복에 그칠 공산이 크고, 한국의 높은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이다. 규모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순매수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매도를 한다면 외국인들이 주로 보유하고 있는 대형주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고, 중소형주의 경우 매도 소나기를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는 연기금이다. 연기금은 2011년 13.5조원 순매수에 이어 2012년에도 시장의 꾸준한 주식 매수자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연금 자체의 규모도 크고 인덱스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주가가 급락했을 경우 시장 받침판의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저PER같은 안정적인 종목군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고 매수에 지속성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해야한다.

세번째는 자산운용사. 2011년중 주식형 펀드로 3년만에 자금이 유입되기는 했으나 대부분의 펀드들이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했다. 자문사들이 주도하는 이른바 차화정에 휩쓸리고, 연예 관련주, 정치 관련주에 시달리며 별다른 색깔이나 수익을 보여주지 못했다. 2012년에는 각사마다 부진을 씻고자 새로운 종목 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고, 최근 몇 년간 가치주 펀드들의 부진을 감안하면 70%를 인덱스에 묶어두고 30%의 개별종목을 통해 수익률 향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네번째는 자문사다. 5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에 이를 때까지 이른바 차화정으로 일부 대형사들은일시적으로 재미를 봤다. 하지만 유럽발 금융위기 이후 대표 주식들의 주가 급락으로 인하여 큰 손실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워낙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자금이 급속히 들어 온 관계로 자신들의 주특기인 중소형주보다 유동성이 높아 탄력적인 매매가 가능한 대형주로 승부를 봤지만 결과적으로 큰 실패를 본 상태다. 일반 주식형 펀드와 다르게 운용하는 것이 목표인 만큼 지수를 추종하기 보다는 몇몇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데 연초까지 대형주에 집중하다 한계를 느끼고 수익률 제고를 위해 중반기 이후 중소형주 사냥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는 한국형 헤지펀드다. 앞의 사례 3에서도 보았듯이 미국 2000년대 이후 현재까지의 주가흐름은 헤지펀드가 주도하는 중소형주의 절대 우위다. 한국시장에서 초기에 헤지펀드는 대부분 롱숏 전략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상당기간 규모의 열세로 인하여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초기 단계에는 대형주를 중심으로 롱숏에 나서겠지만 점진적으로 중소형주를 발굴하고 숏하기 쉬운 대형주를 타겟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전반적인 펀더멘탈도 어렵고, 미국의 경기부진 지속, 유럽의 금융위기 악화, 중국의 경착륙, 한국의 선거, 지정학적 위험 등의 이슈로 시장 전체적인 지수, 이른바 베타는 2011년보다 전혀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수익률 목표에 대한 더욱 치열한 경쟁으로 인하여 주식 수요자 별로 종목 발굴에 대한 의지는 더욱 강하게 나타날 것이다. 시장은 잊고 종목에 집중할 때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