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2: 2005년 2월 미국 . 당시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렸던 그린스펀은 16일 의회 청문회에서 기준금리의 인상에도 불구 장기금리가 상승하지 않는다며 Conundrum(수수께끼) 이라고 불렀다. 사실 2000년 초반을 휩쓴 나스닥 투기 열풍의 후유증과 2001년 911 테러를 겪은 미국은 경기회복을 위해 기준금리를 1%까지 낮췄다. 이후 저금리의 효과로 인해 미국경제는 급속히 회복하기 시작했고 이에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를 거의 매월 25bp씩 인상하여 2005년 2월 2.5%까지 도달하였다. 하지만 미국 10년 국채금리는 기준금리 1% 시절과 거의 같은 수준인 4%초반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원인에 대해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줄었다는 해석도 있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 일본과 중동 오일 머니가 미국 장기국채를 대량으로 매수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주가(여타 금리나 환율과 같은 경제변수도 마찬가지)는 기본적으로는 경기, 기업실적, 정보 등과 같은 펀더멘탈이 결정하지만 위의 사례와 같이 일시적 또는 장기간에 걸친 움직임은 특정 수급 요인(특정 기관이나 매수주체)에 의해 일반적인 예상과 다르게 결정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시장의 사회학(Sociology of Markets)이라고 한다. 시장의 사회학 측면에서 볼 때 2012년 장세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두번째는 연기금이다. 연기금은 2011년 13.5조원 순매수에 이어 2012년에도 시장의 꾸준한 주식 매수자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연금 자체의 규모도 크고 인덱스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주가가 급락했을 경우 시장 받침판의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저PER같은 안정적인 종목군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고 매수에 지속성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해야한다.
세번째는 자산운용사. 2011년중 주식형 펀드로 3년만에 자금이 유입되기는 했으나 대부분의 펀드들이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했다. 자문사들이 주도하는 이른바 차화정에 휩쓸리고, 연예 관련주, 정치 관련주에 시달리며 별다른 색깔이나 수익을 보여주지 못했다. 2012년에는 각사마다 부진을 씻고자 새로운 종목 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고, 최근 몇 년간 가치주 펀드들의 부진을 감안하면 70%를 인덱스에 묶어두고 30%의 개별종목을 통해 수익률 향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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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는 자문사다. 5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에 이를 때까지 이른바 차화정으로 일부 대형사들은일시적으로 재미를 봤다. 하지만 유럽발 금융위기 이후 대표 주식들의 주가 급락으로 인하여 큰 손실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워낙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자금이 급속히 들어 온 관계로 자신들의 주특기인 중소형주보다 유동성이 높아 탄력적인 매매가 가능한 대형주로 승부를 봤지만 결과적으로 큰 실패를 본 상태다. 일반 주식형 펀드와 다르게 운용하는 것이 목표인 만큼 지수를 추종하기 보다는 몇몇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데 연초까지 대형주에 집중하다 한계를 느끼고 수익률 제고를 위해 중반기 이후 중소형주 사냥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는 한국형 헤지펀드다. 앞의 사례 3에서도 보았듯이 미국 2000년대 이후 현재까지의 주가흐름은 헤지펀드가 주도하는 중소형주의 절대 우위다. 한국시장에서 초기에 헤지펀드는 대부분 롱숏 전략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상당기간 규모의 열세로 인하여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초기 단계에는 대형주를 중심으로 롱숏에 나서겠지만 점진적으로 중소형주를 발굴하고 숏하기 쉬운 대형주를 타겟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전반적인 펀더멘탈도 어렵고, 미국의 경기부진 지속, 유럽의 금융위기 악화, 중국의 경착륙, 한국의 선거, 지정학적 위험 등의 이슈로 시장 전체적인 지수, 이른바 베타는 2011년보다 전혀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수익률 목표에 대한 더욱 치열한 경쟁으로 인하여 주식 수요자 별로 종목 발굴에 대한 의지는 더욱 강하게 나타날 것이다. 시장은 잊고 종목에 집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