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 빚내서 사면 더 위험하다

머니투데이 김성호 기자 2011.08.24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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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 개조 프로젝트 'WHY&HOW' ②신용·미수]증거금률 관리 느슨

대형주는 신용거래를 해도 안전하다? 실상은 오히려 반대일수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대형주에 대해서는 외상거래 증거금을 낮게 적용하고 있지만 최근과 같이 대형주 중심으로 증시가 급락하는 상황에서는 반대매매 물량을 쏟아내고 투자자들의 손실을 키우게 된다.

증권사들은 코스닥 종목에 대해선 리스크관리를 위해 수시로 증거금율을 조정하고 있지만, 대형주는 증거금율 조정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의 시가총액 상위 5개 종목의 미수거래 증거금율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20~40%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 현대차, POSCO, 현대모비스 등에 20%, 기아차에 30%의 증거금율을 적용하고 있으며, 동양종금증권은 삼성전자, 현대차, POSCO, 현대모비스 30%, 기아차는 40%를 적용하고 있다. 또, 미래에셋증권은 이들 종목에 대해 25%, 한국투자증권은 30%를 적용하고 있다.



가령 투자자가 100만원을 삼성전자에 투자할 경우 20%의 증거금율을 적용받게 되면 400만원을 외상으로 하고, 최고 500만원까지 투자가 가능하다.
일반 코스닥종목들에 대해 50~100%의 증거금율을 적용하는데 반해 훨씬 느슨한 리스크 관리가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대형주 빚내서 사면 더 위험하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대형주는 상대적으로 주가 변동성이 낮은데다,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거래가 활발하기 때문에 반대매매 등으로 피해가 적어 증거금율을 낮게 적용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형주들의 증거금율이 낮게 적용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외상거래도 대형주에 집중돼 있다. 실제로 코스피가 2180을 기록했던 지난달 7일 종목별 신용거래 현황을 살펴보면 기아차(2613억1400만원), OCI(1777억2600만원) ,현대차(1244억8300만원) 등 대형종목들이 신용거래대금 상위 종목에 대거 포함돼 있다.


문제는 최근과 같이 시장 전반이 급락할 경우, 오히려 대형주가 하락의 중심에 서게 된다는 점이다. 낮은 증거금율을 활용, 원금의 수배에 달하는 돈을 빚내 투자자한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된다.

한 개인투자자는 "대형주가 반대매매 나갈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며 "당연히 대형주는 안전하다는 인식과 함께 미수나 신용으로 레버리지를 일으키면 투자이익이 배가 될 것이라고 판단해 투자한 것이 최근 장에서 손실을 키우는 꼴이 됐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대형주 역시 기업에 대한 수시 평가와 함께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증거금율 조정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감독당국도 증권사들이 증거금율에 대한 리스크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수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증권사나 투자자들이 대형주를 너무 믿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삼성전자만 보더라도 100만원대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60만원대로 떨어지는 등 갭 하락이 클 수 있는데, 과연 대형주라고 해서 중소형주와 주가 하락 리스크 측면에서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형주도 리스크관리위원회 등을 통해 증거금율에 대한 수시 조정이 필요하다"며 "이번 급락장에서 대형주들의 폭락이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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