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학 교수들 "'강남=안전' 깨진 이유는…"

머니투데이 정지은 인턴기자 2011.07.28 11:57
글자크기

"우면산 산사태는 '자연 무시' 후유증… 강남, 70년대 개발로 재난시설 취약"

27일 오전 집중호우로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해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과 우면동 형촌마을 등 우면산 일대가 매몰, 침수됐다.27일 오전 집중호우로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해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과 우면동 형촌마을 등 우면산 일대가 매몰, 침수됐다.


"강남 안전지대 신화가 깨졌다."

지난 27일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가장 극심한 피해를 입은 곳은 '강남'이었다. 전국에서 '살기 좋은 곳'로 유명한 강남이 폭우로 폐허가 됐다.

이례적인 강수량을 원인으로 삼기에는 유독 강남의 피해가 큰 점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도대체 강남에는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자연을 무시'한 난개발에 따른 후유증을 지목했다.

정창무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28일 "우면산 일대에서 진행한 보금자리주택 서초지구 공사가 이번 피해를 초래했다"며 "아파트 단지 건설과 산책로 조성 등 계속된 난개발로 지반이 약화돼 폭우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이번 피해는 수해가 아닌 산사태 피해"라며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였다면 한강보다 낮은 저지대인 잠원동과 고속버스터미널 인근의 침수 피해가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연을 무시한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되도록 자연환경을 개발하거나 건드리지 않는 것이 '제2의 우면산 사태'를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대책"이라고 전했다.

최근 늘어난 강수량에 비해 강남에 구축된 재난대비 기반 시설이 1970년대에 맞춰진 점도 피해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찬호 중앙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신도시에 비해 강남의 피해가 큰 것은 재난대비 기반 시설의 차이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1990년대 개발된 신도시는 강수량 등을 반영한 재난대비 기반 시설이 조성됐지만 1970년대 개발된 강남은 상대적으로 재난대비 기반 시설이 취약하다는 해석이다.



김 교수는 "최근 강수량이 증가한 만큼 최신 기준을 적용해 재난대비 기반 시설을 확충해야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며 "결국 시민 세금과 직결되는 문제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하수정비 시설 관리상의 문제를 강남지역 수재피해 원인으로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강수량 대비 하수정비 시설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침수 피해가 컸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26일 오후부터 쏟아진 폭우로 27일 오전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해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과 우면동 형촌마을 등 우면산 일대가 매몰, 침수돼 15명 이상이 숨졌다.



↑ 서울지역에 4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에 우면산 산사태로 인해 흘러내린 토사가 덮쳐 사망자 15명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홍봉진 기자↑ 서울지역에 4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에 우면산 산사태로 인해 흘러내린 토사가 덮쳐 사망자 15명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홍봉진 기자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