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플러스]증시, 안보 불감증 왜?

머니투데이 김성호 기자 2010.11.2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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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평도 도발이 일반 악재만도 못하네요. 우리나라에서 컨츄리 리스크(country risk)는 사라진 것 같습니다".(A증권사 영업직원)

북한의 연평도 도발이 발생한지 하루가 지난 24일 국내증시는 전혀 예상 밖의 모습이다. 동시호가 때만 해도 100포인트 가까이 하락이 예상됐던 코스피는 막상 장이 열리자 40포인트 가량 하락하며 출발했다.



생각보다 덜 하락한 증시에 투자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낙폭을 만회해가는 증시를 보면서 안도 보단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11시 현재 코스피는 7.52포인트, 0.39% 하락한 1921.42를 기록 중이며, 코스닥은 500포인트를 회복하며 선방하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근 10년 동안 북한의 무력도발로 인해 국내증시가 영향을 받았던 적은 15차례에 달한다.

2002년 '부시 악의 축' 발언 당시 코스피는 3%넘게 하락했고, 2006년 '핵실험 실시' 발표 때는 2% 넘게 하락했다. 올해 들어선 지난 5월 천안함 사태로 2%가까이 하락하기도 했다. 물론 오른 적도 있다. 2002년 '핵동결 해제'를 선언할 당시 2%넘게 상승했다.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지 않았더라도 북한의 위협적인 행동, 말 하나에 주가가 적잖은 조정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전일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증시 상황은 어떤가. 전일 선물시장이 장 막판 악재가 반영되며 급락하긴 했지만 이후 야간선물시장에선 오히려 외국인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섰고, 전일 시간외 거래와 이날 동시호가 때만 해도 급락을 예상했던 코스피는 플러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북한의 도발이 한두 번이 아닌데 따른 학습효과 탓일 수도 있겠지만 이번 연평도 도발이 단순한 도발이 아닌, 휴전 이후 처음으로 우리나라 영토를 직접 공격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증시가 안보 불감증에 걸린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물론,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결과에 미리부터 증시가 큰 폭의 등락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성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악재에도 시장의 반응이 이토록 둔감하다면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더욱이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도 끄떡없는 증시가 안보 불감증 탓이 아니라면 더욱 심각한 문제다.

같은 시각 수급을 보면 현 장세를 이끄는 투자자는 외국인과 기관이다. 여기에 연기금까지 가세하며 지수를 끌어 올리고 있다. 반면 개인은 4000억원 넘게 순매도를 보이며 불안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과 기관이 대형주 중심의 매매로 시장을 받히고 있지만 오히려 반대급부를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우증권 한 관계자는 "낙폭이 과대한 상태라면 저가매수를 고려해 볼만 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대형주 받히기로 인한 강한 증시는 오히려 후폭풍이 걱정된다"며 "개인투자자는 적극 매수구간은 아니고 관망 또는 매도를 통한 소낙비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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