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플러스]"주가가 이렇게 오를 줄 알았나요"

머니투데이 박성희 기자 2010.11.1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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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포르테·쏘울 '신차효과'…증권가 "아직 상승여력 있다"

"작년 이맘 때 주가가 1만8000원이었어요. 그 때도 이미 일 년 전보다 2배 가까이 뛴 터라 증권사에서 앞으로 더 오를 거라고 해도 반신반의했는데 지금 주가가 5만원이예요. 설마 더 갈까요?"

지인이 얼마 전 투자하고 싶은 주식 목록을 펼쳐 보이면서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던 종목이 있습니다. 바로 기아차 (112,700원 ▼2,000 -1.74%)입니다. 신차 효과에 힘입어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주가도 함께 뛴 대표적인 종목입니다.



금융위기 여파로 온 나라가 신음하던 2008년 11월 기아차의 주가는 5720원까지 추락했었습니다. 증시 패닉 상황에서 비이성적인 투매가 이어졌고 1만원대 중반이었던 주가는 절반 아래로 내려앉았습니다.

이후 기아차의 주가는 꾸준히 올랐습니다. 증권가에선 포르테와 쏘울의 신차 효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2009년 4월 1만원대를 회복한 주가는 12월 2만원대를 돌파했고, 3만원(2010년 5월 11일), 4만원(10월 12일)까지 큰 조정없이 상승했습니다. 주가 상승세는 점점 가팔라져 4만원을 넘어선 지 불과 한 달도 채 안 돼 5만원대에 입성했습니다.



10일 현재 올들어 기아차의 주가는 149% 뛰었습니다. 코스피증시에서 상승률 20위권에 든 종목 가운데 시가총액 10위 안에 있는 종목은 기아차가 유일합니다.

이쯤되면 주가가 너무 올라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나올 만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시 전문가들은 '여전히 밸류에이션 부담은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2006년 1월 첫 거래일 2만8150원을 고점으로 추세를 크게 하향 이탈한 이후 5년만에 제대로 된 실적으로 상승세를 되찾았다는 평가입니다.

고태봉 IB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2005년 말 기아차 주가가 오른 것은 환율 하락과 선진시장 경기침체, 지속된 파업, 지배구조 문제 부각, 고비용 구조-원가경쟁력 둔화에도 불구하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당시 기아차 사장)이 지분을 매입하면서 '정의선 효과'가 발휘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주가수익배율(PER)은 150배가 넘어 측정 자체가 의미가 없었다는 겁니다.


고 연구위원은 "기아차는 원가경쟁력을 회복하며 이익 개선폭을 늘렸고, 이익지배구조 및 노사 안정을 이뤄내면서 불과 작년에서야 PER이 정상화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내년에는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판매가 늘고, 'K5', 'K7' 등의 해외 판매로 수출 단가가 높아져 이익 개선폭도 훨씬 클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기아차의 발목을 잡고 있는 해외 누적적자 역시 현재 돈을 잘 벌고 있어 충분히 갚아나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고 연구위원은 "기아차의 내년 예상 PER은 보수적으로 잡아 7배"라며 "코스피지수 PER이 10배인 걸 감안하면 여전히 낮다"고 말했습니다. 성장기에 있는 자동차업체의 밸류에이션은 시장 평균을 웃돌기 마련이어서 현재 주가는 6부 능선에 오른 것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기아차 주가가 바닥을 다질 때도 전문가들은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주가가 회복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애널리스트들이 자신의 분석 종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배제할 순 없습니다. 반대로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과거 저점 대비 얼마나 올랐는가만 보고 주가가 '비싸다', '싸다'를 판단하곤 합니다.

전문가들은 추가 상승 여력을 따질 때 가장 중요한 건 '밸류에이션'이라고 말합니다. '과거보다 이만큼 올랐는데 어떻게 더 갈 수 있겠냐', '내가 투자해서 이만큼 벌었는데 설마 더 오르겠느냐'가 아니라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에 비해 주가가 싼 지, 비싼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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