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아파트 준공허가 안돼" 민원급증, 왜?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2010.08.09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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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X파일] 경기침체로 '입주 늦추기' 방편.. 건설사도 부담

 "똑같은 민원이 100건씩 올라오기도 합니다. 업무가 마비될 정도에요." (경기도 A시 준공허가 담당 공무원)

 아파트 준공허가 불허를 요구하는 입주예정자들의 집단민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부터 점차 많아지기 시작하다 올들어 부쩍 늘었다. 과거 부동산 경기가 좋았을 때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8일 인천 C구 홈페이지 민원게시판에는 아파트 준공허가와 관련된 글들이 수십개 올라와 있다. '부실투성이에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불만에서부터 '조경과 도색, 놀이터가 분양시 광고한 것과 다른다'며 조목조목 문제점을 거론하는 것도 보인다.



'준공허가를 내지 말라'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인천광역시 D구의 준공허가 담당 직원은 "아파트 준공허가 불허 요구는 과거에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민원이 흠으로 잡힐까봐 그랬던 것 같다"며 "요즘은 분양한 지 한 달도 안된 곳에서 200~300건씩 뜨기도 한다"고 말했다.

 올 초 집단민원으로 몸살을 앓았던 경기도 E시의 직원은 "민원이 많아지다 보니 상상을 초월하는 민원도 들어온다"며 "어떤 아파트 단지에서는 2.5톤 택배트럭이 지하주차장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씁쓸해 했다.



민원 양상도 많이 바뀌었다. 인천 B구의 직원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카페를 조직해 입주예정자들끼리 의견을 나눈 뒤 민원을 제기하는 것 같다"며 "같은 민원을 계속해서 올린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실입주자들의 경우에는 준공허가를 빨리 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해 난감한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집단 민원의 증가는 입주 시기를 늦추기 위해 벌어진 현상이란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경기 E시의 직원은 "설계와 시공이 다른 점, 하자 등에 대해서는 당연히 시정조치를 취한다"면서 "다만 최근의 민원급증은 준공이 나면 잔금을 치르고 입주해야 하는데 대출을 받은 상황에서 시세는 떨어지고 기존에 살던 집은 잘 팔리지 않으니 입주를 미루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집단민원 급증은 시공을 맡은 건설사에도 부담이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준공 허가 기준들을 통과하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집단민원이 시공사에는 분양가 인하 요구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미입주 가구가 많으면 공동관리비로 회사가 대납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입주축하금을 주거나 분양계약시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는다면 최대한 편의를 봐주고 있다"며 "민원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선에서는 들어주려고 하지만 과도한 것에 대해서는 힘이 든다"고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아파트 값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사소한 하자라면 조용히 처리했었는데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며 "부동산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한 집단민원은 계속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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