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로 국민들 너무 피곤해

머니투데이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2010.06.2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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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에세이]"다투지 않고 이기는 지혜 필요"

'세종시'로 국민들 너무 피곤해


전임자를 탓하는 현직 CEO는 믿을 수 없다. 맡은 바 임무를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기 때문이다. 억울해도 전임자 핑계를 대서는 안된다. 또 전임자와 차별화(?)를 무리하게 꾀하는 것은 지나친 자기과시다. 포퓰리즘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6·2지방선거가 끝났다. 이런저런 아우성 속에서도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이뤄졌다. 여론조사를 비웃듯 표심은 섬뜩했다. 몇몇 당선자의 당선소감은 주목할 만했다. 우선 충북도지사로 당선된 민주당 이시종 당선자가 TV에서 밝힌 첫 소감이 인상적이었다. 경쟁자이자 전임자인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평가가 온당했다. 그래서 눈에 확 띄었다. 살펴보니 이 당선자는 충북 충주 출신으로 행시(10회)를 거쳐 민선 1∼3기 충주시장, 재선의 현직 국회의원인 63세의 정통관료 출신 정치인이었다. 전임 도지사 사업에 대한 발언이다. "그대로 이어받을 생각이다. 기업·투자유치, 수도권 전철 청주공항 연장 등은 충북의 발전을 위한 사업이다. 다만 전시용 행정, 표를 의식한 사업은 과감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 꽤 합당한 생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전임자와 다투지 않는 자세가 오히려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전임자의 공은 이어가야

또 "4대강사업에 관해서는 강 지류의 소하천을 정비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민주당의 '백지화'나 박준영 전남도지사의 선택적 수용론의 중간쯤 되는 의견이라는 보도다. 지역적 조건을 고려하면서도 극단주의를 뛰어넘는 원만한 행정가로서 견해같아 보인다. 그래서 그를 계속 주목하고 싶어졌다.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는 널리 알려진 정치인이다. 그가 당선되자 "나를 더이상 좌파로 보지 말라"고 일갈했다. 뉴스거리였다.



송 당선자는 선거기간에 '좌파'라는 공격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북한과 대치하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좌파로 낙인찍히면 거의 축출대상이 되어왔다. 심지어는 부모를 죽인 원수 취급까지 받기도 한다. 그래서 송 당선자도 좌파가 아니라는 걸 주장한 모양이다. 그 근거로 첫째 학생·노동운동시절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주사파와 싸웠고, 둘째 인천 맥아더 동상 철거 주장에 반대성명을 냈으며, 셋째 지난 노무현 정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주도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야권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대립·갈등보다는 협의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남도지사 김두관 당선자도 "도정을 펴는데 왜 좌파·우파를 따지냐"고 했다.

◇다투지 않고도 이기는 지혜

그는 무소속이지만 '리틀 노무현'으로 알려진 정치인이다. 현 정부의 행안부 장관 출신 후보와 격돌했다. 그래서 관심을 끌었다. 한나라당의 전임 도지사 프로젝트에 관한 그의 생각이다. "전임자가 추진해온 사업은 결정적 하자가 없는 한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수용키로 했다. 다만 환경에 더 신경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무소속 도지사가 한나라당이 다수인 도의회, 정부와 마찰이 예상된다는 언론의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이다. "기우다. 남해군수 시절에도 무소속 군수였지만 절대 다수인 한나라당이 장악한 의회와 잘 소통했다."


중앙정치도 이만큼만 됐으면 좋겠다. '세종시' 갖고도 오랜 세월 국민을 피곤하게 하고 있다. 세종대왕이 화를 낼 지경이다. 짐짓 물러서서 노자의 지혜를 음미해보자. '다투지 않고도 이기는'(不爭而善勝) 게 지혜라 했다. 결국 정치는 말이 아니라 마음이다. 경영 역시 광고 여부가 아니다. 그 기업의 본마음이 중요하다. 시장점유율 때문에 그 기업의 상품을 살 수밖에 없으면서도 얄미운 기업이 있다. 그런 기업은 언젠가는 6·2지방선거처럼 고객에게 크게 한 번 혼날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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