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물러나는 인재를 뽑자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2010.05.1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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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에세이]공을 이루면 물러날 줄 알아야

스스로 물러나는 인재를 뽑자


어떤 인재가 멋있는 인재인가. 노자에 따르면 '공성신퇴'(功成身退)하는 인재다. '공을 이루면 스스로 물러난다'는 뜻이다. 대자연 역시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은 후에는 스스로 물러난다. 나라의 인재도 기업의 인재도 그러는 게 천리다.

이승만 대통령은 영구집권을 기도하며 3·15 부정선거를 자행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하와이 객지에서 쓸쓸히 세상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때맞춰 물러났더라면 건국 대통령으로 국민의 추앙을 받았을 것이다.



5·16 쿠데타로 등장한 박정희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3선 개헌, 유신체제 등으로 영구 집권을 꾀했다. 그러다가 심복의 총탄에 숨을 거뒀다. 그 역시 순리를 따랐다면 경제대통령으로 오랫동안 존경을 받았을 것이다.

역사상으로는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범려가 '공성신퇴'한 전형적인 인물이다. 범려는 월왕 구천을 도와 오나라를 멸한 후 표표히 떠난다. 이미 목적을 달성한 월왕이 고생을 같이 할 수는 있어도 부귀영화를 함께 나누어 줄 그릇은 아니라고 범려는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가 떠나기 전 어려웠을 때 그를 월왕에게 추천한 문종(文種)이 마음에 걸렸다. 문종도 떠날 것을 설득하기 위해 범려는 유명한 '토사구팽'을 편지에 남긴다.

◇새를 잡고 나면 활을 거둬들여

"비조진양궁장 교토사주구팽(飛鳥盡良弓藏 狡兎死走狗烹)-새를 다 잡으면 활을 거둬들이고 토끼를 다 잡고 나면 사냥개는 삶아먹는다." 그러나 문종은 계속 구천에게 충신으로 남고자 했다. 결국 죽임을 당했다.


범려는 그후 도나라에 가서 19년 동안 천금의 재산을 모았다. 그중 두 번은 가난한 이웃에게 고루 나눠주었다. 후세 사람들은 그를 재신(財神)으로 받들고 있다.

토사구팽은 한나라 때 한신 장군이 사용해 더욱 유명해졌다. 한신은 유방의 개국공신이다. 그러나 떠나지 않고 권력을 탐하다 300년 전 범려가 말한 토사구팽을 되새기며 죽임을 당한다. 반면 유방의 전략가 장량은 공성신퇴했다. 신선이 되었다고 설화는 전한다.

그렇다고 해서 공성신퇴가 반드시 은거한다는 말은 아니다. 노자 연구가인 야오간밍 교수의 해석이다. 공을 핑계삼아 자아도취에 빠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적극적 해석이다.

이를테면 21세기의 부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그렇다. 아직도 젊은 나이에 천문학적인 전재산을 던져 사회공헌가로 맹활약 중이다.

잘 되는 나라 미국은 역사적으로도 공성신퇴한 인물이 많다. 자동차왕 헨리 포드도 거액의 기부를 통해 사회사업에 이바지했다. 포드는 가정생활도 검소했다. 5명의 가사도우미를 두었을 뿐이고 세탁은 파트타임으로 반나절만 고용했다.

◇명문대학 총장이면 이미 '정신적 재상'

중년 이후 포드는 자리에서 일찍 물러났다. 그는 자신의 농장에서 고요하고 편안한 시간을 마음껏 누리다 83세에 세상을 떠났다. 70세가 넘은 늙은 나이에 교육감에 올랐다가 뇌물로 감옥살이를 하는 공직자를 보면 딱하기 짝이 없다.

나라의 재상격인 국무총리도 초라하긴 마찬가지다. 학자면서 명문대학 총장으로서 고상(?)했던 이미지는 청문회에서 여지없이 무너졌다. 위장전입, 병역문제, 소득세 탈루 등의 논란 때문에 상당수 여느 공직자 청문회와 마찬가지였다.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그리도 재상이 탐났던가. 최고의 지성 자리라는 명문대학 총장이면 이미 '정신적 재상'이 아니던가. 또 공성신퇴란 미래를 활짝 열어놓는 일이다. 현재 권세를 이용해서 미래를 왜곡하는 것은 치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6·2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2012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있다. 공성신퇴와는 담을 싼 이들을 뽑느냐 아니냐는 한국인들의 몫이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거대기업 CEO의 '실질적' 임기는 대부분 임종까지다. 또 후계자로는 검증이 불확실한 자식들에게 세습되곤 한다. 늙고 병든 몸을 추슬러 중국을 방문할 수밖에 없는 북한의 지도자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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