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공신부터 상 주는 인재를 뽑자'

머니투데이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2010.05.2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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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에세이]정적의 참모까지 중용하는 리더

'미운 공신부터 상 주는 인재를 뽑자'


한(漢) 고조 유방이 항우를 꺾고 천하를 평정했다. 그후 아주 까다로운 문제에 봉착했다. 바로 공신들에게 어떻게 상을 주느냐가 문제였다. 어느날 유방이 누각에서 정원을 내다보니 여러 장령이 분분히 의논하고 있었다. 유방이 물었다. "저들이 지금 무슨 얘기를 저리 열심히 하고 있소?" 군사(軍師) 장량이 답했다. "저들은 지금 반란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유방이 흠씬 놀랐다. "아니 천하가 이제 막 평정되었는데 왜 반란을 일으키려는 거요?" 장량이 말했다. "폐하는 일개 서민으로 군사를 일으켜 천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지금 상을 내리는 사람은 모두 소하나 조참 같은 측근들 뿐입니다. 게다가 폐하는 평소 미워하는 사람들은 죽여버리기까지 했습니다. 지금 공적을 논하는 작업 중입니다만 공신들에게 봉지(封地)를 나누어 주려면 천하를 모두 다 써도 부족합니다. 그러니 영지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누명을 쓰고 벌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저리 전전긍긍하며 모여서 반란을 꾀하는 것입니다."

◇정적의 참모까지 쓴 당 태종



"그럼 어떻게 할꼬?"
"폐하께서 가장 미워하는 사람으로 대신들도 모두 알 만한 자는 누구입니까?"
유방이 답했다. "아마 옹치(雍齒)겠지. 그는 나와 오래된 원한이 있고 몇 번이나 나를 모욕했었소. 그를 죽이고 싶었지만 공로가 너무 커서 차마 죽일 수가 없었소." 장량이 얼른 말했다. "그럼 빨리 옹치에게 봉상(封賞)하십시오. 그러면 문제가 해결될 겁니다."

유방이 장량의 진언을 받아들였다. 바로 연회를 베풀고 옹치를 제후에 봉했다. 그리고 하루 속히 장령들의 공에 따라 봉상토록 승상에게 재촉했다. 그러자 군신들은 모두 기뻐했다. "옹치 같은 자도 제후에 봉해지는데 우리는 걱정할 필요가 없겠어."



또 당(唐) 태종의 시대는 중국사에서 길이 추앙되는 황금시대였다. 명재상 위징은 그 시대를 여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특히 굽힐 줄 모르는 직간(直諫)으로 황제를 보필했다. 그는 '춘추좌전' '자치통감'과 더불어 제왕학의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정관정요'(貞觀政要)를 통해 치세의 법을 후대에 전했다. 고구려 원정에 패배한 당 태종이 위징이 살았다면 원정을 말렸을 것이라며 그를 그리워하기도 했다. 그만큼 둘의 관계는 각별했다. 그런데 사실 위징은 원래 당 태종 정적의 참모였다. 정적의 참모까지 중용한 당 태종의 리더십은 대단했다.

◇힐러리를 발탁한 오바마 대통령

오바마는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으로 등장했다. 그것 자체가 세계인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와 치열한 경선을 펼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에 발탁했다. 실로 경이로웠다. "오바마는 안보·외교에 애송이"라던 힐러리였기 때문이다. 많은 민주당 인사가 "힐러리가 정치적 야망을 갖고 있어 국무장관직을 수행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힐러리에게 독대권한과 국무부 인사권까지 주면서 그녀를 중용했다. 한마디로 멋졌다. 2009년 6월 어느날 힐러리 클린턴 미국무장관은 ABC방송의 '디스위크'에 출연했다. 그녀가 이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나와 개인적으로 있을 때뿐만 아니라 국가안보팀과 함께 있을 때 강인하고 사려깊고 단호한 모습을 보여왔다. 매우 탁월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은 큰 영광이다."


곧 수많은 지방자치단체의 리더가 선출된다. 미운 사람들을 중용하는 리더들이 뽑혔으면 좋겠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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