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명령받은 SBS, 단독중계 '위법' 그러나…

머니투데이 신혜선 기자 2010.04.26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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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시정명령으로 '보편적시청권' 충족못해...방통위 "협상타결되면..."

SBS가 이번에 남아공월드컵을 단독중계하게 된다면 이는 '위법행위'에 해당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이유는 SBS는 이번에 방통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방송법령에 명시된 4가지 금지행위 가운데 한가지라도 위반하거나 규제기관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으면 '보편적 시청권'을 충족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는 게 방통위 실무진들의 유권해석이다. '보편적 시청권'을 충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계하면 '위법행위'가 된다.
 
지난 3월 방송3사에게 자율협상을 권고할 당시에 방통위 관계자는 "전국민의 90% 시청 가능한 가구수를 확보하면 보편적 시청권이 확보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금지행위에서 규정한 다른 조항을 위반하면 보편적 시청권도 자동 성립되지 않는다"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협상이 결렬되면 이 문제는 다시 수면위로 급부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협상이 성사됐을 경우다. 유권해석대로라면, 이번 협상이 성사되더라도 SBS는 지난 23일 시정명령만으로 '보편적 시청권' 자격을 이미 상실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방통위는 "이번 협상이 성사되면 SBS는 보편적 시청권을 확보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는 아주 모호한 입장을 드러냈다. 보편적 시청권의 충족요건을 다분히 기계적으로 해석했기 때문에 같은 사안을 두고 이처럼 상반된 입장이 나타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방통위 법률자문관은 23일 상임위에서 "보편적 시청권은 가능한 많은 국민이 편히 시청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100분의 90보다는 100분의 10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즉, 시청권이 90% 충족됐다고 해서 나머지 10%를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만약 산간벽지나 도서지역, 도시빈민들이 모여사는 지역에서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지 못한다거나, 난시청 지역임에도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아 TV를 시청하지 못하는 국민이 나온다면 방통위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방통위 내부에서도 이같은 문제에 공감하고 있다. 김대희 이용자보호국장은 지난 23일 경과보고에서 "직접수신, 유료가입 등을 모두 포함해 90%가 시청권을 확보했다고 판단되지만, 지상파와 케이블TV방송간 갈등으로 향후 유료방송을 통한 지상파 재송신이 중단될 경우 SBS 독점만으로는 90%를 충족할 수 없다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며 SBS의 보편적 시청권 충족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방통위 내부에서 이 정도 의견이 모아졌다면, 이번 중계권 협상에서 방통 상임위는 좀더 분명한 입장을 취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보편적 시청권'을 위반한다고 해도 과징금 외에 제재할만한 수단이 전혀 없다. 때문에 얼마든지 위법행위를 반복해서 저지른다고 해도 방통위로서는 과징금 외에 마땅히 규제할 방법이 없다.



이에 대해 방송업계에서는 "방통위의 보편적 시청권 기준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이다"면서 "규제 일관성 측면에서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기준부터 명확히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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