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KBS에서 월드컵경기 볼 수 있나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10.04.2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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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3사 오늘까지 협상가 구체적으로 제시해 30일까지 타결해야

과연 올 6월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월드컵경기를 KBS와 MBC에서도 시청할 수 있을까.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3일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지상파방송3사에게 4월 30일까지 남아공월드컵 중계권 협상을 마무리 지으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방송3사는 26일까지 구체적 가격을 제시한 다음에 5월 3일까지 그 결과를 방통위에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KBS와 MBC가 SBS에게 중계권 협상 가격을 제시해야 하는 26일까지 남은 시간은 단 하루뿐. KBS와 MBC는 26일까지 가격을 제시하고 4월 30일까지 이 가격을 놓고 담판지어야 하지만, 지금까지 수개월동안 지지부진했던 협상을 단 5일내에 종결짓는다는 것 자체가 쉽지않아 보인다.



우선 이번 협상에서 SBS의 입장은 너무 유리하다. 협상이 결렬되면 SBS는 방통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겠지만 월드컵경기는 단독중계할 수 있다. 방통위가 강제로 중계권을 판매하거나 넘길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SBS가 내건 협상조건을 KBS와 MBC가 수용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지난 12일과 13일 KBS와 MBC가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고 밝힌 내용에 따르면, SBS는 △남아공월드컵 방송권료 △아더 이벤트 단독 제작에 따른 비용과 손실 뿐만 아니라 △공동중계에 따른 SBS 불이익 △각종 비방에 따른 SBS 손실 △AFC 패키지 배제에 따른 손실 등을 요구했다. 당시 KBS와 MBC측은 "당시 SBS의 이같은 요구에 KBS와 MBC는 판매액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SBS는 끝까지 금액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최기화 MBC 대변인은 "SBS는 회계학 교과서에나 존재할 뿐 현실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사문화된 원가계산법을 들이댔다"면서 "합의를 위반해 방송권을 따내놓고 이제와서 SBS 불이익을 운운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않다"고 주장했다.
 
SBS를 '사기 및 업무방해'고 형사고발하겠다고 공언했던 KBS와 MBC는 방통위의 이번 시정명령에 따라 SBS를 상대로 한 민·형사상 소송은 일단 다음달로 미뤄질 전망이다. 대신 26일까지 SBS에게 구체적인 구매가격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방통위 시정명령이 내려진 다음날인 지난 24일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KBS 이사진과 오찬을 나누는 자리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SBS에 구매 희망가격을 제시하는게 어떻겠느냐"며 "KBS가 SBS로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과감한 안을 제시해야 협상이 진전될 것 아니냐"고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감사를 받아야 하는 KBS 처지에선 무턱대로 협상가를 높여서 제시할 수도 없어 KBS 관계자들은 매우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KBS 관계자는 "합리적으로 가격을 계산해서 제시할 것"이라며 "대략 2300∼2400만달러(약 255억∼265억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SBS가 추가로 요구한 사항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기준이 모호해서 가치산출이 곤란하므로 포함시키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뉴미디어 권리를 포기하고 지상파 방송권만 협상을 진행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MBS는 KBS보다 다소 낮은 금액을 제시할 전망이다. MBC는 내부적으로 바람직한 중계권 금액을 200억원 내외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310억원이 넘어가면 중계권을 사와도 흑자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박영문 KBS 국장은 "SBS가 받아들일 수 없는 터무니없는 금액을 제시하면 단독중계할 의사로 보고 고소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다만 천안함 장례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고소장을 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SBS는 26일 구체적인 판매 가격을 제시하지 않거나 KBS나 MBC가 받아들일 수 없는 높은 금액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SBS는 지난해 12월부터 협상의 선결조건만 내세우며 중계권 판매를 사실상 거부 지연했다. SBS 관계자는 "방통위의 공문을 접수한 뒤 향후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26일 구체적인 가격 제시 등 아직까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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