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뱅크론 vs 금융전문가 10만명 양성론

머니투데이 홍찬선 부국장대우 금융부장 2010.04.05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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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칼럼]덩치가 경쟁력을 보증하지 않는다

메가 뱅크론 vs 금융전문가 10만명 양성론


메가 뱅크가 화두다. KB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주요 은행의 CEO들이 메가 뱅크의 주도권을 잡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지금 규모로는 세계무대에서 경쟁하기 어려우니 몸집을 불려 세계 30위권, 아시아 10위권 은행을 만들어 '금융입국'을 실현하겠다는 각오다. 경쟁력이 뛰어난 1등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승자독식의 시대'이니만큼 메가 뱅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덩치 큰 메가 뱅크가 반드시 경쟁에서 이기는 수퍼 뱅크가 될까.



규모가 크면 경쟁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덩치가 경쟁력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메가 뱅크론은 2%가 부족하고, 덩치를 경쟁력으로 연결시키려면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

우선 은행의 자금중개기능을 회복하는 것이다. 은행의 존재이유는 자금의 잉여주체인 가계에서 예금을 받아 자금의 수요주체인 기업에 대출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창업과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자금중개기능의 핵심은 리스크(위험)를 정확히 알고,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끌어안아 관리함으로써 경제전반의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다. 이는 리스크의 가격을 정확히 계산해 내는 일이다.



현재 메가 뱅크를 얘기하는 은행들은 과연 이런 기능을 하고 있을까. 투자할 곳이 없이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 기업의 돈으로 아파트를 담보로 잡고 가계에 대출해주는 은행이 덩치만 커진다고 글로벌 경쟁력이 커질 수 있을까.

둘째 금융전문가를 양성하는 일이다. 리스크를 정확히 알고 가격을 제대로 계산하려면 그것을 확실히 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게 시급하다. 리스크는 죽음처럼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다. 사냥꾼에 쫓겨 도망가다 머리만 덤불 속에 넣는 꿩의 목숨은 절대로 안전하지 못하다.

우리는 그동안 리스크를 알지 못해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1997년 외환위기는 주택은행(현 KB국민은행)과 SK증권 등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TRS(Total Return Swap)에 투자해 실패한 데 원인이 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 우리금융과 한국투자증권 등에게 엄청난 손실을 입혔던 것도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s) 때문이었다.


복 받는 덩샤오핑과 비극으로 끝난 이율곡의 10만양병론

리스크를 정확히 분석하고 대응하려면 인재가 필수적이다. 인재는 하루아침에 키워지지 않는다. 10~30년의 장기시각을 갖고 육성해야 한다. 중국의 경제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한 덩샤오핑(鄧小平)은 집권한 직후부터 꿈과 야망과 실력이 있는 젊은이 10만여 명을 매년 미국과 유럽 및 일본 등으로 유학보냈다. 전액을 국비에서 지원하면서도 공부를 마친 뒤 귀국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지 않았다. 그렇게 20년 이상 키운 인재들이 지금 중국에 돌아와서 경제발전을 이끄는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선시대 최고의 유학자로 평가받는 율곡 이이는 10만양병설을 주창했다. 날로 강해지는 일본의 침략에 대응하기 위해선 10만 군사를 훈련시켜 대비해야 것이었다. 하지만 선조(宣祖)와 지배층은 양병설을 흘려들었고, 이이가 서거한지 8년 뒤에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인재를 키우지 못한 조선은 15일 만에 서울을 빼앗기고 백성은 조총에 유린당했다.

21세기에는 획기적인 것을 창조해내는 천재 몇 명이 승패를 가르는 '소수의 법칙'이 적용된다. 중과부적(衆寡不敵)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인간의 심리와 로켓 공학이 적용되는 금융에서 소수의 법칙은 더욱 치열하다. 핵폭탄에 견주어지는 CDO를 만들어 내는 인재가 있는 금융회사와 CDO의 위험성조차 알지 못하고 무턱대고 투자하는 금융회사의 존망은 불을 보듯 뻔하다.

메가 뱅크도 언젠가는 이뤄야 할 과제다. 하지만 지금은 메가 뱅크보다는 은행의 본질을 회복하고 인재를 육성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 눈에 보이는 메가 뱅크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더 중요한 인재 육성에 방점을 두고 묵묵히 실천하는 CEO가 그 어느 때보다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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