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 위해 은행 개혁 필요하다

머니투데이 홍찬선 금융부장 2010.01.2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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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칼럼]일자리 창출, 기업가 정신, 은행의 역할

일자리 창출 위해 은행 개혁 필요하다


일자리 창출이 새해 최고의 화두다. 경제가 회복돼도 실업은 개선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Jobless Recovery)'이 정착되고 있다. 일자리는 경제성장은 물론 중산층 확산으로 사회를 안정시키는 데도 필수적인 요소다.

다행히 정부는 일자리 만들어 내는 것을 올해 최우선 경제정책 과제로 삼고 있다, 살아나는 경제회복의 싹을 부러뜨리지 않기 위해 ‘출구전략’도 최대한 늦추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기업에게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투자를 늘려주도록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실업급여 신청자는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청년 실업문제도 개선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정부의 일자리 창출 대책이 근본문제를 집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일자리를 만들어 내려면 불확실한 미래에 성공의 씨앗을 보고 도전하는 기업가가 많아서 투자와 창업이 늘어야 하고, 그런 기업가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



‘창조적 파괴’를 통해 경제발전이 이뤄진다고 갈파한 슘페터는 기업가에게 3가지 동기가 있다고 밝혔다. 사적 제국(지배자적 지위)을 건설하려는 꿈과 용기, 승리자가 되겠다는 의지, 그리고 창조의 기쁨이다. 이런 3가지 기대가 충족돼야 1%의 성공가능성을 보고서 ‘올 인’하는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이 발휘되고 창업과 투자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즉 혁신을 이뤄낼 수 있는 5가지 ‘새로운 결합’을 시도한다. 새로운 재화(신상품)의 생산, 새로운 생산방법의 도입, 새로운 판로(신시장)의 개척, 새로운 공급원(원료 반제품 등)의 획득, 새로운 조직의 실현(리엔지니어링 등) 등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기업가가 새로운 결합을 수행해 일자리를 만들어 내려면 돈, 즉 사업자금이 필요하다. 이 자금을 공급하는 것은 은행가이다. 슘페터가 말하는 은행가는 새로운 결합을 수행하는 기업가와 생산수단의 소유자 사이에서 새로운 결합을 수행할 전권을 부여하는 ‘교환경제의 감독관(Ephor)'로서의 은행가를 뜻한다.


우리 경제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고 지속적 발전을 이뤄내려면 새로운 결합의 수행(혁신)과 결합을 수행하는 기업가, 그리고 기업가와 혁신을 지원하는 화폐창조자로서의 은행가가 삼위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외환위기 이후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은 땅에 떨어졌다. 과다한 빚에 의존해 과잉투자를 함으로써 외환위기를 초래했다는 멍에가 씌워지고, 족벌경영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은 탓이다. 게다가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오르면서 애써 창업(투자)하는 것보다 재테크를 하는 게 속 편하게 살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가세했다.

은행도 새로운 결합을 수행하려는 기업가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것보다는 개인들에게 아파트를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훨씬 더 안전하고 수익도 높다는 이유에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가 재정을 풀어 일자리를 늘리려고 해도, ‘언 발에 오줌 누기’처럼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창업과 투자가 늘어 일자리가 증가하고 임금소득이 올라가야 소비가 늘고 다시 창업과 투자가 증가하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져 지속적 성장이 가능해진다. 창업과 투자가 늘지 않는 한 재정지출 확대는 정부의 빚만 늘려 장기침체를 가져온다는 것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요즘 은행의 사외이사 제도가 도마 위에 올라 있다. 경영진을 견제하면서 투명성을 높여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로 도입된 사외이사가 오히려 경영진의 친위대로 작동하면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탓이다. 사외이사 제도 개선이 은행 본연의 역할 즉, 리스크를 인식하고 평가하고 가격을 매겨 관리해서 기업가에게 창업-투자자금을 지원하는 감독관으로서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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