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이상화가 아름다운 이유, 그리고…

머니투데이 홍찬선 부국장대우 금융부장 2010.02.2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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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칼럼]챌린조이 세대 vs 프리타 족

김연아 이상화가 아름다운 이유, 그리고…


연아는 아름답다. 감격으로 흘리는 눈물도 예쁘고,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는 모습은 더욱 당당하다. 그 모습을, 거리에서 사무실에서 집에서 대합실에서 바라보는 우리들의 모습도 덩달아 푸근하다. 그렇게 연아와 우리는 하나가 된다.

벅찬 감동이 전국을 휩쓸고 지나가는 때 이런 생각이 스친다.



‘동계올림픽의 금메달은 하룻만에 딴 것이 아니다. 또 혼자의 힘으로 이뤄지지도 않았다.’

이정수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 김연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예상을 뒤엎고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우리의 자랑스런 아들, 딸과 동생들. 그들은 삶을 즐기면서도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이라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겁내지 않고 도전해 불가능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기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자기에게 주어진 어려운 여건을 탓하지 않는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실패해도 슬픔의 눈물은 잠시일 뿐이다. 다음 기회를 위해 다시 힘찬 도전을 시작한다.



겁 없이 도전하고 당당하게 즐기는 챌린조이 세대

머니투데이는 이런 우리의 자녀와 동생들을 ‘챌린조이 세대’로 부르고 있다. 과감히 도전하면서(Challenge) 삶을 즐기는(Enjoy) 신세대라는 뜻이다. 당당하고 똑똑한 그들은 스마트(SMART)하기도 하다. 섹시하고(Sexy) 팔방미인이며(Multi-player) 적극적으로 도전하는(Aggressive) 동시에 지킬 것은 지키면서(Respect) 뚜렷한 목표(Target)를 향해 나아간다. 거침없는 그들 앞에 장애물은 없으며, 즐기는 일을 하기 때문에 겁이 없고 당당하다. 성공하면 거리낌 없이 승리를 만끽하고, 실패해도 다음 기회를 기약한다.

2010년 2월, 우리는 ‘챌린조이 세대’를 힘껏 치켜세운다. 우리에게 꿈을 주고, 희망을 주고, 우리가 나아갈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고 믿어서다. 경제위기를 말끔히 이겨내지 못하고 살림살이의 고됨에 힘겨워하는 우리는 그들의 상큼, 발랄함에 힘과 위안을 얻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일까. 우리는 ‘챌린조이 세대’를 칭찬하면서 이런 말도 듣는다. 한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반드시 5가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동생 또는 형의 희생, 본인의 체력, 그리고 아빠의 무관심’, 바로 ‘5대 핵심요소’다. 일류 대학에 합격하고,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기 위해선 5가지가 필요하다는 것. 5가지는 물론 한두 개도 갖추지 못한 많은 보통사람들에겐 냉소적인(Cynical) 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이고 ‘당신들의 천국’이라는 지적이다.

챌린조이 세대의 빛과 프리타 족의 그림자

하지만 이런 5가지는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요소라는 적극적 해석도 나온다. 바로 온 가족이 힘을 합해 자녀의 성공을 지원해주는 ‘가족 총력지원 시스템’이 단군이 나라를 세운 이후 4343년 동안 가장 융성한 시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모는 자녀를 위해 희생하고, 자녀들은 나보다 나은 형제를 위해 양보하고, 본인은 발이 부르트도록 연습함으로써 금메달을 따고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챌린조이 세대’ 뒤에 ‘프리타 족’이 적지 않은 현실이다, 우리의 사랑스런 자녀와 동생들인 그들.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사람은 챌린조이 세대가 되고, 그런 기회를 잡지 못한 사람들은 프리타 족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대학 졸업생 중 39%가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자녀와 동생들이 ‘프리타 족’이다.

물위에서 우아하게 헤엄치는 백조는 물 밑에서 발을 수없이 움직이고, 우리 눈에 보이는 빙산은 거대한 크기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연아와 태범, 상화와 정수, 그리고 승훈의 아름다운 당당함 뒤에는 그들을 더욱 만들게 만드는 아쉬운 그늘이 적지 않다. 챌린조이 세대에 환호하고 칭찬하면서도 프리타 족에 대한 배려와 격려가 필요하다.

'프리타 족'의 '챌린조이 세대'화를 위하여

아버지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실패하더라도 다음 기회를 엿볼 수 있도록 따듯하게 격려하는 실패허용 문화를 만들고, 자녀와 동생들이 꼭 이루고 꿈에 도전할 수 있도록 마당을 제공하며, 부모의 희망사항을 강요하면서 자녀의 꿈을 억제함으로써 문제아를 만드는 교육시스템을 개선하는 일…. 그래서 프리타 족은 줄어들고 챌린조이 세대가 많아질수록, 우리는 우리 조상이 하지 못했던 세계중심국가를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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