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의 우울한 '일자리 경쟁'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2010.03.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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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전쟁-2]청년고용 악화속 정년연장 움직임

'청년실신' 대학 졸업 후 실업자 또는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것을 빗댄 신조어다.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9.3%로 카드대란 사태 직후였던 2004년 2월 9.5% 이후 6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이 말이 현실을 일정 정도 반영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분석도 다르지 않다. 고용정보원은 2008년 금융위기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연령층은 20~30대였다고 밝혔다. 20대와 30대의 고용률은 지난해 3분기에 각각 58.4%와 71.1%를 기록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지 못했다.



이처럼 청년 일자리 상황이 악화된 가운데 한국전력을 비롯한 일부 공기업들은 임금피크제를 전제로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연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공기업 정원이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정년연장은 청년들의 일자리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세대전쟁이라고 할 정도로 심각한 한국사회의 세대간 갈등요소 중 가장 첨예하게 대두된 것이 일자리다. 경기가 회복되는 속도만큼 일자리가 증가하지 못하면서 제한된 일자리를 두고 아버지와 아들 세대가 경쟁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한쪽에선 베이버부머 고용대책위원회를 발족해 고령층의 고용을 안정시키려 하고 있고 또 다른 쪽에선 20-40세의 알바 청년들이 모여 청년노조(가칭 청년유니온)를 결성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특히 쟁점이 되는 사안이 정년연장이다. 정년연장은 노동부가 주도하는 베이버붐 세대(1955년-1963년 출생자)를 위한 고용대책의 핵심이다. 이 세대의 은퇴가 사회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막고 경제 전체의 파이를 키워 신규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년 연장에 대해서는 쳥년 세대는 물론 정부 내에서도 찬반양론이 분명히 갈린다. 기획재정부는 아버지 세대의 정년연장이 청년층의 채용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을 들어 '일률적인 정년 연장'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마치 노동부가 아버지 세대의 입장을, 재정부가 아들 세대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느낌을 주고 있다. 고령자의 노후 문제나 청년층의 미래 모두가 중요한 만큼 어느 한쪽을 쉽사리 취사선택할 수도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국내에서 정년연장이 대체효과가 있는지 보완효과가 있는지 논란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시간을 두고 합의점을 찾아가려는 노력을 계속 하는 수 밖 에 없다"고 말했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세대간 일자리 갈등은 결국 일자리 창출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이므로 대체냐 보완이냐 논쟁을 하기보다 성장과 고용탄력성,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쪽으로 논의의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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