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웃게할까, 아들을 웃게할까"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2010.02.1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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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정년연장, 중소기업 경력자 채용시 가점 '양날의 칼'

'아버지가 웃느냐, 아들이 웃느냐' '중소기업 경력이냐, 대기업 경력이냐'

노동부가 임금피크제를 전제로 공기업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는 청년실업 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 경제부처 장관들이 "중소기업 경력자가 공기업에 지원할 때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검토 하겠다"고 하자 공기업은 인력선발의 폭이 좁아진다며 난색을 표시했다.



이처럼 공기업 정년 연장, 중소기업 경력자의 공기업 채용시 우대 등 정부 부처가 논의 중인 고용관련 사안들이 '양날의 칼' 양상을 띠고 있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선택하든지 간에 누군가는 희생을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셈이다.

베이버 부머 은퇴 vs 청년실업



가장 첨예한 사안은 공기업 정년 연장이다. 한국전력은 올해 7월부터 1954년생 이후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 시행과 함께 정년을 종전 58세에서 60세로 늘리기로 했다.

광물자원공사도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정년을 60세로 늘리기로 하는 등 일부 공기업이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했다.

베이버부머 세대(1955년-1963년 출생자들)의 은퇴가 사회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면서 정년 연장을 위한 방안마련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


노동부는 한전 모델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노사정위 논의 등을 통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뒤 정년연장을 전체 공기업으로 확대,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나 공기업 정원 축소 등 일련의 선진화 정책을 주도해 온 기획재정부는 일률적인 정년 연장에 반대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률적인 정년 연장이 아니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에 한해 선택적으로 고용을 연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청년실업률이 1월에 9.3%로 6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상황에서 정년연장으로 신규 인력 채용이 줄어들 수 있어 조심스럽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청년실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생산성 저하도 야기될 수 있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경력자 가산점, 역차별 소지

중소기업 경력자에게 공기업 입사 때 가산점을 주는 방안은 지난해 11월 청년실업을 주제로 열린 한 포럼에서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제시했다. 공기업 취업 우대라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중소기업 기피 현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다.



이 제안은 지난 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나성린 한라나당 의원이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에게 질의하면서 재조명 됐다. 최 장관은 당시 "공기업부터 시범 적용하는 것을 검토 하겠다"고 답했다. 16일엔 강봉균 민주당 의원이 윤 장관에게 같은 내용을 물었고 답변도 동일했다.

공기업들은 '역차별' 소지가 있는데다 우수인재를 뽑는데 지장이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신입을 뽑든 경력을 뽑든 간에 대기업 경력자들이 공기업에 상당수 지원하는 상황이므로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고 인재 선택의 폭도 좁아진다"고 말했다.

장관들이 검토하겠다고 답변했지만 관련 부처가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지경부 관계자는 "가산점을 부여할 경우 중소기업 경력자를 공기업에서 흡수해 중소기업의 인력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는 등 역효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공기업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사안이긴 하지만 직업 선택에 제한을 가하거나 인력채용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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