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가 생각한 출구전략 핵심은

뉴욕=강호병특파원 2010.02.11 08:46
글자크기

先 재할인 정상화, 後 금리인상..새 지준관리안 도입

벤 버냉키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9일(현지시간) 밝힌 출구전략은 "先 재할인 정상화, 後 정책금리 인상" 으로 요약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먼저 워밍업차원에서 지불준비금 정책수단으로 잉여유동성을 수습, 금융시장과 경제의 적응력을 키운뒤 경기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보유한 증권을 매도함과 동시에 서서히 기준금리를 올려가겠다는 소프트랜딩 전략이다. 본경기에 앞서 몸을 충분히 푼 뒤 링에 등단하자는 것이다.



재할인율 조만간 인상 "긴축아닌 정상화"

버냉키 의장은 이날 미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제출한 청문회 자료를 통해 워밍업일환으로 기존 국내외 긴급융자프로그램을 예정대로 끝내고 문란해진 재할인정책을 먼저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연준이 위기때 취한 각종 긴급융자프로그램은 사실상 종료가 임박했다. 한국을 비롯, 외국 중앙은행과 취한 통화스와프계약은 2월로 끝났다. 전통적 재할인창구대출을 대체했던 TAF와 유동화자산담보부증권을 매입해준 TALF 정도가 남아있는데 3월 모두 종료될 예정이다.

재할인정책과 관련 재할인율을 조만간(before long) 올릴 것임을 시사했다. 연준이 은행대출에 붙이는 이자인 재할인율은 원래 통화정책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보다 1%포인트 높은게 관례였다. 일종의 벌칙금리여서 그랬다. 그런데 위기과정에서 재할인창구를 전면개방해도 아무도 이용하지 않으려 해서 은행의 이용을 독려하기 위해 0.25%%포인트로 파격적으로 낮아졌다.

재할인 대출 이용 기간은 이미 최장 90일에서 최장 28일로 낮춰졌다. 그러나 금리가 사실상 거저나 다름없다보니 캐리트레이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은행이 시장에 돈을 빌리지 않고 중앙은행에서 사실상 제로금리로 돈을 빌려 고금리 자산에 운용, 땅짚고 헤엄치는 식으로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재할인율 인상 같은 워밍업이 시장에서 긴축으로 읽히는 것을 경계하고 비정상적으로 낮은 재할인율을 정상으로 돌리는 과정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버냉키 지준정책에 주목하다



그다음으로 버냉키 의장의 고민이 집중된 대목은 위기과정에서 증권매입을 통해 풀어놓은 유동성을 어떻게 수습할 것이냐다. 그는 여기서 지불준비금 정책에 주목했다. 정책금리를 움직이지 않으면서 유동성을 단속할 수 있어서다.

자료에 따르면 FRB가 유동성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보유하게 된 미재무부증권은 3000억달러, 모기지증권은 1조2500억달러에 이른다.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모기지증권을 사준 것 자체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이같은 유동성살포로 인해 은행 잉여지준금은 1조1000억달러에 이른다.

버냉키 의장은 그러한 은행 잉여지준금을 흡수하기 위해 새로운 지준관리 방안 도입을 검토중이다. 입찰로 은행에 정기지준예금(TDF : term deposit facility)를 매각하는 것이 그것이다.



FRB가 상업은행에 이자가 붙는 정기예금을 팔면 은행이 당장 쓸 수 있는 지불준비금이 줄어든다. 지준금 일부가 정기예금으로 전환되면 은행이 일정기간 예치된 자금을 쓸수 없어 전체 통화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시장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법정 지불준비금율을 획일적으로 올리거나 내리는 전통적 지불준비금 정책에 비해서는 신축적이다

이는 환매조건부 채권(RP)매도를 통해 유동성을 강하게 빨아들일 경우 시장금리가 급등할 수 있음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모기지증권금리가 폭등하면 간신히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주택시장을 다시 주저앉힐 수 있다.



실행 수순과 관련해서는 버냉키 의장은 올 봄쯤 TDF를 시험적으로 해 본뒤 시장이익숙해지면 재할인율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FRB가 보유한 증권의 본격적 매각은 그 이후의 일로 미뤘다. 그는 자료에서 "최소한 경기회복세가 분명해져 통화긴축이 진행되는 단계에서나 FRB가 보유한 증권매도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워밍업 차원에서 만기도래하는 MBS는 연장하지 않고 상환하는 것을 장려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통화정책 운용목표를 변경할 뜻도 다시한번 피력했다. 대량의 잉여지준으로 인해 통화정책 기준금리인 FFR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염두에 두고 있는 구체적 지표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지준금리와 지준양 등을 쓸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