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마지막 자존심마저 무너졌다

조철희 기자, 김성휘 기자 2010.02.04 18:11
글자크기

프리우스 전자제어 이상 시인…리콜 손실 연 2조3000억원 추정

토요타가 4일 새로운 의혹으로 불거진 하이브리드 프리우스의 제동장치(브레이크) 이상을 시인했다.

다케우치 리리코 토요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프리우스 제동 장치 설계에서 문제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품질보증 담당 요코야마 히로유키 전무는 "ABS와 같은 차량 미끄러짐 방지 전자제어 장치에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노면의 상황에 따라 브레이크 조작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달부터 설계 변경을 검토했다며 프리우스 이외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는지 조사 확인하겠다고 덧붙였다.



토요타의 회견은 브레이크 이상에 대해 레이 라후드 미 교통장관이 조사를 지시하는 등 고의 은폐 의혹이 확산된 이후 뒤늦게 이뤄진 것으로 토요타 차에 대한 '안전 우려'와 함께 회사측의 안일한 위기 인식이 또다시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토요타의 차세대 전략차종으로 마지막 자존심격인 프리우스에 대한 믿음마저 깨지며 '자동차 왕국' 토요타의 명성이 회복불능의 사태로 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제어장치 이상 시인..미 교통안전국 다른 업체 전자제어장치도 조사

제어장치 이상으로 밝혀짐에 따라 리콜사태의 원인이 가속페달 결함이 아닌 전자제어장치(ETCS-i)의 이상일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미 교통안전국(NHTSA)은 리콜 대상이 된 토요타 차량의 이상 원인이 ETCS-i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라후드장관은 3일(현지시간) 미 하원 세출위원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토요타뿐 아니라 다른 업체의 전자장치에 대해서도 NHTSA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회의 중 '엔진 계통 전자적 문제가 요즘 차량의 컴퓨터 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자계통을 포함, 모든 각도에서 조사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요타 프리우스 결함 알고 있었다. 일 정부와 묵계 가능



프리우스의 브레이크 결함 가능성은 일본 당국도 지난해 인지해, 토요타측에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며 파문 확대를 우려한 일본정부와 토요타측간의 묵계 가능성마저 제기됐다.

일본 교통성의 미야오카 뼞수케 리콜담당관은 지난해 8월에 토요타에 프리우스 브레이크 문제 조사를 지시했다고 3일 밝혔다. 그의 발언은 일본정부와 회사측이 문제를 인지하고 조사 지시까지 주고 받았음에도 이런 사실을 소비자에게 공개하지 않은 것이 된다.

이에 대해 도요타 타카다 토요타 전무는 "느낌상 문제로 공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지만 바로 기자회견을 통해 회사측이 이상을 시인하며 토요타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게 됐다.



◇3월까지 손실 2조3000억원 추정.. 실제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듯

토요타가 대량 리콜사태에 따른 추정 손실규모를 1800억엔(2조3000억원)선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3월말까지인 2009회계연도 추정치로 프리우스 결함 은폐 의혹 등 사태가 걷잡을 수없이 커지며 실제 피해규모와 타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토요타는 4일 실적 발표에서 리콜에 따른 2009회계연도(2009년4월∼10년 3월) 손실을 1000억엔, 판매감소 손실을 700억∼800억엔으로 집계했다. 이어 이를 감안하더라도 지난 분기 실적(1530억엔) 개선에 힘입어 지난해 800억엔의 순익을 전망했다.



하지만 사태가 연일 새로운 논란과 이슈를 낳으며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날 토요타 주가는 도쿄증시에서 3.96% 하락했다. 골드만삭스가 토요타 주식에 대해 투자등급을 중립으로 낮춘 것도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전날 뉴욕증시에서는 6% 폭락했다. 라후드 장관의 발언과 토요타의 차세대 주력차종 프리우스 결함 은폐 가능성 등이 투매를 부채질했다.

라후드 장관은 의회 진술중 실언도 했다. 그는 청문회에서 리콜이 결정된 토요타 차량 운전자들은 차량 운행을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그는 이후 잘못된 발언이었다고 정정했으나 그의 말은 토요타 안전 우려에 대한 경종을 다시 울리는 계기가 됐다.



이 가운데 멕시코도 이날 토요타 7개 모델에 대해 리콜에 들어가며 전체 토요타 리콜 규모는 천만대 가까이 불어났다. 또 토요타의 강점중 하나이던 중고차 가격도 5% 하락 전망이 나오며 토요타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