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삼성생명 IPO 주관사를 잡아라!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09.11.1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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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요청서 발송..27일 주관사 선정

"죄송합니다. 모두 회의 중입니다."

17일 오전 주요 증권사 IB(투자은행)부서는 외부와 연락두절이었다. 이날 아침 일찍 삼성생명으로부터 기업상장(IPO) 주관사의 입찰요청서(RFP)를 받고 나서 실무자들이 일제히 회의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전날 내년 상반기 상장 추진을 선언한 삼성생명은 즉시 상장 작업에 착수, 오는 23일 입찰제안서를 마감한 후 27일 우선협상대상 주관사를 최종 선정하기로 했다.



현재 현대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하나대투증권 등과 더불어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크레디트스위스(CS) 등이 주관사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특명! 삼성생명 IPO 주관사를 잡아라!


주관사 선정 기준은 보험산업에 대한 이해도와 IPO 주관사 수행실적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은 최근 5년간 1000억원 이상의 대형 딜 경험 혹은 전세계 생명보험사 IPO 주관 수행실적을 선정 기준에 포함시켰다.



당초 삼성생명 상장은 2010년 이후에나 진행될 것으로 관측돼왔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삼성생명이 일사천리로 상장 절차를 서두르자 증권사 IB부서들은 만사를 제쳐놓고 삼성생명 IPO 주관사 경쟁에 뛰어들 태세다.

◇ 대형 IB "허 이것참.. 이일을 어쩐다?" =삼성생명이 100% 구주 매출로 가닥을 잡으면서 공모 규모만 3조~4조원으로 예상되는 빅딜 중의 빅딜인데다 상장 즉시 주가가 80만~90만원에 이르며 국내 대장주로 등극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는 점에서 증권사들이 오래전부터 노려왔던 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생명의 상장시기가 대한생명과 겹치면서 주관사 선정 경쟁이 미묘하게 흐르게 됐다.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 등 IPO 강자로 꼽히는 대형 증권사들이 대한생명 주관사로 이미 선정돼 삼성생명 주관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실제 RFP 제출에서 제외됐다.


대한생명 측은 주관사 선정 당시 상장 전까지 다른 생보사 상장 주관업무를 맡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제출받았다. 삼성생명 역시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는 경우 선정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조건을 RFP에 내걸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증권의 경우 대표 주관사로서 대한생명 IPO 주관업무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나머지 증권사들은 삼성생명을 놓치기도, 그렇다고 대한생명을 포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차하면 대한생명 주관사 계약을 하지 않고 삼성생명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일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언이다.



◇ "많이 공들였다" 오래전부터 따낼 준비한 곳도 = 골드만삭스가 대표적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4일 대한생명의 해외 대표주관사로 선정된 지 1주일만에 주관사단에서 빠지기로 결정하고 이를 대한생명 측에 통보했다. 삼성생명이 상장 시기를 앞당기자 삼성생명 딜을 맡기 위해 이 같은 선택을 하게 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여러 해 동안 삼성생명에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증권사 IB사업부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들의 경우 삼성생명 상장을 주관하기 위해 길게는 10년 가까이 공을 들여왔다"면서 "대한생명도 규모 면에서 의미있는 딜이지만 삼성생명을 좀처럼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생명이 상장 주관사를 삼성증권으로 선정한 데 따라 삼성생명 주관사 선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인 JP모간의 경우 두 개의 별도 법인을 통해 대한생명과 삼성생명 주관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데 따른 이해상충 소지를 없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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