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벌거벗은 삶'을 징벌하다

머니투데이 2009.11.1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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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교양강좌] 생명정치와 주권국가[1] - 신성한 자, 호모 사케르

"오늘날 국가권력과 대칭되는 위치에 있으면서 절대적인 기본권으로 간주되는 생명의 신성함이란 무엇일까?"

조르지오 아감벤(Giorgio Agamben)은 프랑스를 시작으로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이탈리아의 철학자이자 미학적 시각을 지닌 비평가다. 지난 1942년 로마에서 태어나 파리의 국제철학원과 베로나 대학교를 거쳐 현재는 베네치아 건축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아감벤의 저서 '호모 사케르'는 21세기 전 세계 인문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대변하는 아감벤의 문제작으로 ‘권력 대(對) 벌거벗은 생명’을 중심축으로 서양 사상사의 맹점을 해체하면서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정치 철학’을 제1철학으로 정립하고 있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라는 철학적 정의와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라는 정치적 정의 모두를 넘어 인간은 ‘벌거벗은 생명’이라는 새로운 제1원리를 도출한다. 그가 분석하는 역사 인식이나 세계관이 너무나 참신하기 때문에 지금 세계에서 가장 뜨겁게 논쟁되고 있는 철학자 중의 한 명이다.

아감벤은 '호모 사케르'에서 생명정치와 주권국가 체제의 상관관계를 넓은 지성사적 맥락에 위치시키고 있다. ‘sacer’는 라틴어로 ‘성스럽게 되다’, ‘저주를 받다’라는 의미를 동시에 갖고 있다. 로마법에서 유래한 단어로, 직역하면 성스러운 인간이라는 뜻이다.



즉, '호모 사케르'란 벌거벗은 생명, 살해는 가능하되 희생물로 바칠 수 없는 생명을 말한다. 아감벤은 신칸트학파에 대한 비판으로 요약될 수 있는 1920년대 독일 사상계의 문제의식을 먼저 소개하면서 구체적으로는 칼 슈미트, 발터 벤야민, 하이데거 사이에 흐르는 공통의 물음을 되짚어 본 뒤 이들 사상가에 주목하여 정치적 실타래를 추적하고 있다.

또한 법의 문제에서 접점을 이루고 있다고 보고, 양자에 대한 비판적인 계승을 시도한다. 아감벤에게 있어서 주권은 아우슈비츠와 핵시대, 그리고 9.11이후의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예외상태가 상례가 되는 상황에서의 정치와 법질서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필수적인 개념이다.

그가 보기에는 문제는 단지 주권이 비상사태를 근거로 초법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삶으로서의 가능성을 완전히 박탈당한 극단의 삶을 만들어낸다는 데 있다.


현대 정치의 위기는 기존의 법과 삶의 관계에 대한 재성찰을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으며, 이것이 바로 새로운 정치철학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감벤은 순수한 잠재성의 정치를 통한, 보편과 개별의 어느 쪽으로도 환원되지 않는 새로운 공동체의 상을 제시한다.

지식보다는 지혜를 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고려대 김항 교수의 역동적이고 쉬운 설명으로 어렵게만 느껴졌던 이탈리아의 철학자 아감벤의 사상과 그의 저서 ‘호모 사케르’를 강독하는 정치학 강의를 추천한다.



고려대 김항 교수는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언론정보학과 석사, 동경대학교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표상문화론 코스 박사학위를 받았다.

도쿄대학교 철학센터 특임연구원, 새물결출판사 What's up 총서 기획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강좌 바로가기 : 김항 교수/ 생명정치와 주권국가[1] - 신성한 자, 호모 사케르
<기사 및 동영상 강좌 제공: ㈜에버에듀닷컴(www.evered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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