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 하이브리드, 팔면 손해 '난감'

머니투데이 김보형 기자 2009.07.15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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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밖 판매 돌풍… 현대차 "장기적 관점 접근"

↑'아반떼LPi하이브리드'↑'아반떼LPi하이브리드'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차인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가 예상치 않았던 판매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4일 현대차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지난달 15일부터 받기 시작한 사전계약을 포함해 2000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8일 출시된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LPG를 연료로 하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해 연료 소모를 줄이면서도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친환경차다.



현대차가 3년7개월 동안 2508억 원의 개발비를 투입한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당초 내년 하반기 미국시장에 출시할 풀 하이브리드 방식의 '쏘나타(YF)가솔린 하이브리드'의 양산을 앞두고 현대차의 하이브리드차 기술력을 보여주겠다는 테스트 성격이 짙은 야심작이다.

양웅철 현대차 사장도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보도발표회 자리에서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현대차의 기술력과 친환경 이미지를 제고하고 국가 비전인 저탄소 녹색성장의 성과물이란 의미가 있다"면서 "판매 자체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휘발유 가격의 45%수준인 LPG를 연료로 사용해 휘발유가 환산 연비가 39km/ℓ에 달해 연간 2만Km 주행을 기준으로 동급 가솔린 차량보다 135만원 안팎의 유류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또 언론보도와 각종 시승회를 통해 하이브리드차의 약점으로 지적돼 온 주행성능도 안정적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판매에 불이 붙었다.

특히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핵심정책으로 내걸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 참모진인 청와대 수석들이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를 타기로 하면서 정부 부처는 물론이고 기업들의 업무용 차량으로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13일 경기도 과천시 환경부청사에서 이만의 환경부 장관(오른쪽) 및 양웅철 현대차 사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1호차 전달 행사를 열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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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경기도 과천시 환경부청사에서 이만의 환경부 장관(오른쪽) 및 양웅철 현대차 사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1호차 전달 행사를 열었다.

이만의 환경부 장관이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1호차를 타기로 했고 대림산업이 현대차와 '친환경 경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100대의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를 구매하는 등 '녹색 효과'를 만끽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 서울시 그린카 보급팀 관계자는 "현재 200여대의 '베르나 하이브리드'를 관용차로 사용하고 있으며 앞으로 관용차량 교체시 우선적으로 친환경 차량을 구매하겠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앞으로 시민들이 하이브리드차를 구매할 경우 다양한 혜택을 주는 정책들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재 출시를 고려중인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택시에 대한 택시업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매일 400Km이상을 주행해 연료비 부담이 큰 택시회사 입장에서는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 택시를 환영할 수밖에 없다.

서울의 한 택시회사 대표는 "2000만원이 넘는 가격과 내구성이 문제지만 정부의 추가적인 지원책만 나온다면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택시를 구매하는 택시회사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이미 2000여대가 판매돼 올해 판매목표치인 7500대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대차 입장에선 이 같은 열풍이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격이 2054만~2324만원으로 당초 예상보다 낮게 설정된 만큼 판매될 때마다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양웅철 사장은 "직접적인 손실 규모는 밝히기 어렵지만 손해를 보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토요타의 3세대 '프리우스'는 지난달 일본 내수시장에서 2만2292대가 팔려나가 베스트셀링카로 뽑혔지만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돼 대당 300여 만원 안팎의 손실이 발생해 토요타를 난처하게 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미래형 자동차로 가는 출발점이라는 면에서 눈앞의 이익과 손해를 따지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생산과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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