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회장은 수사 과정에서 "친구(노건평씨)의 동생이 정치를 한다고 해 인연을 맺었고, 그가 대통령이 된 뒤에 인연이 운명으로 바뀌었다"고 둘 사이의 관계를 설명했다.
박 회장은 1970년대에 노 전 대통령 일가의 고향인 경남 김해에 태광실업을 창업했다. 이 때 세무공무원이던 건평씨와 안면을 트게 됐다.
본격적으로 박 회장이 노 대통령의 후원자로 대중에 알려진 시점은 2002년 대선 때다. 박 회장은 이때도 건평씨 처남 명의의 거제시 구조라리 별장을 10억원에 매입하는 식으로 지원을 했다.
2005년 5월 박 회장의 계열사가 보유했던 경남 진해시 옛 동방유량 공장 부지의 고도제한이 완화되면서 부지 매각으로만 330억원의 차익을 얻었으며, 농협의 알짜 자회사인 휴켐스도 인수했다. 참여정부 말기에는 30억 달러 규모의 베트남 화력발전소 사업을 수주하는 위력을 과시키도 했다.
그러나 박 회장에 대한 세무 조사와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급격히 무너졌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600만 달러가 건네진 과정을 놓고 양측은 서로 엇갈린 진술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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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은 검찰에서 "노 전 대통령이 100만 달러를 먼저 달라고 직접 요구했고, 500만 달러도 노 전 대통령을 보고 건넨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박 회장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더욱이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 부부에게 1억원의 명품시계를 각각 선물했다고 검찰에 진술해 노 전 대통령의 도덕성이 치명타를 입으면서 둘 사이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됐다.
이와 관련 노 전 대통령은 앞서 홈페이지에 "박 회장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무슨 특별한 사정을 밝혀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할 것입니다"라고 밝혀 박 회장의 진술을 허물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따라서 '토론의 달인'으로 불려온 노 전 대통령과 '중수부 박 검사'라는 별명이 붙은 박 회장이 서로 얼굴을 붉히며 논박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20년을 이어온 두 사람의 '운명적 인연'이 악연으로 마무리 되는 것 아니냐며 씁쓸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