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어떻게 사교육과 손을 잡았나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09.03.3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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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일자리, 서비스업에 있다 1부-③]공교육 개혁 위해 대안학교 지원

 새로운 학교에 대한 갈망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공통적이다. 일본의 대안학교 '도쿄슈레'는 집단 따돌림인 '이지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에서 등장한 '슈타이너학교'는 전인교육을 기치로 내걸어 전세계 700여곳에서 운영될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마그넷스쿨, 메트스쿨, 차터스쿨 등 나라가 큰 만큼 공교육을 제외한 교육의 종류가 더 다양하다. 다만 도쿄슈레, 슈타이너 학교 등이 국가주의 공교육체제에 대한 반발로 민간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반면 미국은 국가 차원에서 대안학교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차터스쿨의 경우 1980년대 이후 심각하게 제기된 공교육의 질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그간 관료주의적 통제가 공교육의 발전을 가로막았다는 판단 아래 주정부가 가진 권한을 단위학교로 대폭 이양했다. 학교는 일반 공립학교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학력만 보장하면 자유롭게 학교를 운영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정보기술(IT) 발달에 힘입어 차터스쿨의 상당수가 학교 건물이 존재하지 않는 '가상학교(Virtual School)' 형태로 설립돼 운영된다는 점이다. 가상학교는 온라인 형태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부모가 가정에서 직접 자녀의 교육을 돌볼 수 있다.



학교폭력, 마약, 10대 미혼모 등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마음 맞는 몇몇 가정이 모여 소그룹을 만들면 맞벌이 부부도 차터스쿨을 통해 홈스쿨링이 가능하다.

 2000년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설립된 'K12'도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론 패커드 K12 사장은 딸의 수학숙제를 봐주다 공립학교의 교육수준에 실망해 온라인 공립학교를 세워 지금은 이 시장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K12는 3만개 넘는 '쌍방향' 학기별 프로그램을 만들어 7만여명의 학생에게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공급한다. 질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교장, 교사, 교육전문가 등을 광범위하게 참여시켰다. 프로그램 투자비용만 2000억원 넘게 들었다.


K12는 교육프로그램 개발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뉴욕거래소(NYSE)에 상장해 자금을 조달받았다. 주정부는 K12를 사교육업체라고 외면하지 않고 학위인증기관으로 인정해 K12를 교육의 한 방식으로 적극 활용하는 길을 택했다.

K12는 2000년 중반에 IT거품이 꺼질 때도 고용을 확대해 지금은 직원이 800여명, 전문교사가 1500여명에 달한다. 오프라인 학교에도 K12 프로그램이 공급돼 활용된다. 오프라인 학교에서는 K12 프로그램으로 교사들의 수업 부담을 줄이는 대신 학생들에 대한 컨설팅과 멘토링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민현기 민병철교육그룹 사장은 "수십년간 공교육 정상화를 외쳐왔지만 아직까지도 공교육이 문제라고 다들 말하는 이유가 뭔가"라며 "공교육에서 관료주의적 색채가 빠지지 않는 한 공교육 투자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투자효율 측면에서라도 사교육을 공교육 개혁에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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