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 BW, 신주인수권 절반은 대주주 몫?

더벨 이재영 기자 2009.02.1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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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평등원칙' 문제...규제 법규나 지침 전무

이 기사는 02월13일(11:0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일부 코스닥 기업의 대주주가 사모 형식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한 후 신주인수권만 되사들이는 '애매한'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거래는 상법상 '주주평등원칙'에 어긋나 문제 소지가 있지만 마땅히 규제할 만한 법규가 없어 금융당국도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이같은 편법 거래를 제시하며 기업들에게 BW 발행을 부추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사모형태로 BW를 발행한 후 대주주가 신주인수권을 되사들인 사례가 지난해 하반기에만 최소 13건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대주주나 대주주의특별관계인이 되사들인 사례에 한정한것으로, 대주주의 지정인 등 표면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사례까지 합치면 그 수가 크게 늘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주주들은 BW 발행 당일 장외거래를 통해 인수자로부터 신주인수권의 50~60%를 매입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대주주 본인이 직접 인수하는 경우보단 임원·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이나 법인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같은 거래가 일어나는 것은 대주주와 인수자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 대주주는 신주인수권을 되사들이는 거래를 통해 지분율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실제 상당수 기업의 대주주 지분율이 상당히 낮은 편이다.




또 기업의 주가가 낮을 때 미리 신주인수권을 사 놓으면 주가 회복기에 큰 차익을 남길 수도 있다. 주가가 바닥을 찍고 회복세를 보이던 지난해 12월 발행된 사모 BW 16건 중 6건에서 대주주가 신주인수권을 되사들이는 현상이 나타났다.



인수자 입장에서도 대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넘기는 것이 이익이다. 일단 절반 정도의 물량을 대주주에게 넘기면 BW 발행 즉시 일정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 나머지 신주인수권 물량은 다른 투자자에게 넘기거나 주가상승기에 이익실현을 위해 쓸 수 있다.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아지는 셈.

한 증권사 기업금융부 관계자는 "대주주가 신주인수권을 되사들일 때 보통 '신주인수권 프리미엄'을 붙인다"며 "인수자로선 투자 직후 짭짤한 현금을 챙길 수 있는 만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대주주들이 신주인수권의 50~60%만 인수해가는 것은 이전의 관례 때문이다. 2000년 이후 신보 등에서 프라이머리 자산담보부채권(P-CBO)을 발행하며 BW를 풀(pool)에 넣은 중소기업 대주주의 경영권 보장을 위해 50%의 신주인수권 매입 권한을 허용한 전례가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것이 관행으로 남아 대주주들이 사모 BW 발행 후에 절반 정도의 신주인수권을 되사들이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모 업체 관계자는 "대형금융회사인 인수사 측에서 신주인수권 40% 가량을 인수하는게 어떻냐는 제안을 먼저 해왔다"며 "관행적으로 행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거래는 '주주평등원칙'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주인수권 발행으로 인한 주가 희석 피해가 고스란히 일반투자자들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모 방식이라 일반 주주들은 거래에 관여할 여지조차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모 BW는 이사회 의결만으로 발행이 가능하다"며 "긴급한 자금이 필요했고 BW를 통해 일반적인 대출 · 채권발행보다 금리를 낮췄다는 점만 입증하면 일반 주주들은 사모 BW 발행에 문제를 제기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편법 거래를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논의했으나 규제할만한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현재 이에 관해 아무런 지침을 내리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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